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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깻잎 키우기를 찾아보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는 비교적 빠르게 자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 깻잎은 달랐습니다.

죽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눈에 띄게 자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매일 들여다보는데 며칠 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기다렸습니다.

‘아직 어린가 보다.’
‘조금 지나면 갑자기 크겠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성장 속도만 느린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잎은 양쪽이 위로 봉긋하게 들려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모습 같았습니다. 게다가 일부 잎끝은 검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 잎 양쪽이 위로 봉긋하게 들려 자라는 깻잎
잎 양쪽이 위로 봉긋하게 들려 있어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냥 천천히 자라는 게 아니라 뭔가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

빛 때문인지, 영양액 때문인지, 아니면 제가 아직 확인하지 않은 다른 조건 때문인지 하나씩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깻잎이 왜 안 클까? 잎 모양과 검게 변한 잎끝부터 살펴봤습니다

제가 처음 의심했던 것은 빛이었습니다. 이 깻잎은 수경재배기에서 발아해 계속 식물등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런데 창가에서 들어오는 햇빛까지 강하게 받는 시간이 생기면서 혹시 어린 깻잎에게 빛이 너무 강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햇빛이 강하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우선 커튼을 이용해 직사광선을 막아봤습니다. 수경재배기의 식물등은 그대로 사용했고 물도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했습니다.

하지만 깻잎의 성장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잎 모양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잎의 양쪽이 평평하게 펴지지 않고 위로 들려 있었고 일부 잎끝에는 검게 마른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 성장이 느리고 잎이 위로 들린 깻잎
죽지는 않았지만 성장 속도가 느렸던 깻잎입니다. 잎이 위로 들리고 일부 잎끝에는 검게 변한 부분도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이 증상들을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잎끝이 마르거나 어린잎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만으로 특정 원인을 바로 판단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수경재배에서 잎끝이 손상되는 모습은 영양 상태뿐 아니라 뿌리 주변 환경, 수분 이동, 온도와 습도, 공기 흐름, 빛 등 여러 조건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칼슘이 어린잎까지 충분히 이동하지 못할 때도 잎끝이나 가장자리의 조직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잎끝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칼슘 부족이다’라고 판단해서 바로 칼슘을 추가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사진으로 보이는 증상 하나만으로 원인을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증상만 보고 추측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재배 환경을 하나씩 숫자로 확인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수경재배기의 영양액이었습니다.

 

깻잎 영양액이 문제일까? TDS와 pH를 처음 확인해 봤습니다

그동안 수경재배기의 영양액은 제품 설명서에 적힌 양을 기준으로 넣었습니다. 정해진 양을 넣었으니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도 당연히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영양액의 농도를 따로 측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깻잎이 기대만큼 자라지 않으니 ‘내가 넣은 양’과 ‘실제로 물속에 녹아 있는 상태’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TDS 측정기와 pH 측정기를 사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TDS는 Total Dissolved Solids의 약자로 물에 녹아 있는 용존 물질의 양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값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측정기에서는 ppm으로 표시됩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TDS 측정기가 보여주는 ppm 숫자가 식물에 필요한 특정 영양소의 양을 하나하나 측정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물속에 녹아 전기전도도에 영향을 주는 물질을 바탕으로 환산한 값이기 때문에, 같은 500ppm이라도 그 안에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TDS 숫자만으로 알 수는 없습니다.

pH도 함께 측정했습니다. pH는 영양액이 산성인지 알칼리성인지를 나타내는 값이고, 뿌리가 여러 영양소를 이용할 수 있는 정도와 관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영양액을 관리할 때는 단순히 ‘영양제를 얼마나 넣었는가’만 보는 것보다 EC 또는 TDS와 pH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자료를 찾아보면서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EC와 TDS(ppm)를 같은 숫자처럼 직접 비교하면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연구 자료에서는 영양액 농도를 EC(dS/m)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제가 가진 기계는 ppm으로 표시했습니다. TDS 측정기의 ppm은 EC를 일정한 환산계수로 변환해 표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고, 기기에 따라 사용하는 환산계수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에서 EC가 이 정도였으니 내 TDS는 정확히 몇 ppm이어야 한다’고 단순하게 정하기보다는, 제가 사용하는 측정기의 특성과 영양액 제품의 권장 농도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깻잎 수경재배 TDS 342ppm|987ppm으로 조정했지만 원인은 아직 모릅니다

직접 측정해 보니 깻잎이 자라고 있던 수경재배기의 TDS는 342ppm이었습니다. pH는 6.1이었습니다.

처음 342라는 숫자를 봤을 때는 ‘이래서 깻잎이 안 컸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자료에서 보았던 수경재배 영양액 농도와 비교하면 낮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영양액을 조금씩 추가하면서 TDS를 987ppm 정도까지 높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기록을 다시 정리하면서는 342ppm을 곧바로 ‘깻잎에게 너무 낮은 농도였다’고 단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참고했던 자료 가운데는 잎들깨 수경재배의 영양액 농도를 TDS가 아니라 EC로 제시한 자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EC와 TDS는 서로 관련되어 있지만 동일한 단위가 아니며, TDS 측정기가 어떤 환산계수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같은 EC도 서로 다른 ppm으로 표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EC로 제시된 연구 결과와 제가 측정한 342ppm을 숫자만 놓고 직접 비교해서 영양 부족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987ppm으로 올린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깻잎의 적정 TDS가 987ppm이기 때문에 맞춰준 것’이 아니라, 당시 제가 성장 부진의 원인 가운데 영양액 농도를 의심해 실제로 해본 조정으로 기록하는 편이 맞습니다.

이 차이는 제게 꽤 중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측정기에 숫자가 뜨면 바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측정하고 자료까지 찾아보니 숫자를 얻는 것과 그 숫자를 제대로 해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깻잎 수경재배 영양액 TDS 342ppm 측정 결과 & 영양액을 추가한 뒤 987ppm이 표시된 모습
처음 측정한 깻잎 수경재배기의 TDS는 342ppm이었습니다. 영양액 농도가 낮을 가능성을 생각해 영양액을 추가했고 TDS를 약 987ppm까지 조정했습니다.

 

TDS를 높이면 깻잎이 다시 클까? 숫자보다 이후의 변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TDS를 342ppm에서 약 987ppm으로 조정하고 나니 이제 궁금한 것은 깻잎이 실제로 어떻게 반응하느냐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큰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측정기의 숫자가 올라갔다고 해서 깻잎이 바로 잘 자라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농도를 한 번에 크게 바꾼 것이 어린 깻잎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도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는 ‘원인을 찾았다’가 아니라 확인해 볼 조건 하나를 바꿨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새로 나오는 잎이었습니다. 이미 검게 변한 잎끝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지를 보는 것보다 이후에 만들어지는 잎이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새잎의 크기가 이전보다 빨리 커지는지, 위로 들리던 잎 모양에 변화가 생기는지, 새로운 잎끝에도 같은 손상이 반복되는지를 살펴보면 영양액을 조정한 뒤 깻잎의 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TDS 측정기에 대해서도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적정 숫자 하나만 알아내서 거기에 맞추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키워보니 TDS는 식물 상태를 판단하는 여러 정보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ppm 숫자 하나만으로 어떤 영양소가 부족한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잎끝이 검게 변한 원인을 바로 찾아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눈으로만 ‘왜 안 크지?’라고 고민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영양액의 상태를 숫자로 확인해 봤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깻잎이 잘 자라지 않는다는 작은 고민 하나 때문에 TDS와 pH를 처음 측정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측정값 자체보다 그 숫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됐습니다.

TDS 조정 후 수경재배기에서 자라는 깻잎 상태
TDS를 조정한 뒤에는 기존 잎보다 새로 나오는 잎의 크기와 모양, 잎끝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 거실농부의 기록

🌱 수경재배기에서 깻잎의 성장이 느리고 일부 잎끝이 검게 변해 원인을 하나씩 확인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 당시 측정한 영양액은 TDS 342ppm, pH 6.1이었고 영양액 농도를 의심해 TDS를 약 987ppm까지 높여봤습니다.

🌱 하지만 EC와 TDS(ppm)는 숫자를 그대로 비교할 수 없고, TDS 측정기의 환산 방식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잎끝이 검게 변하거나 성장이 느린 이유 역시 TDS 하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이번 측정만으로 영양 부족이 원인이었다고 결론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 결국 이번에 찾은 것은 깻잎이 안 큰 정확한 ‘정답’이 아니라, 눈으로 보이는 증상과 측정값을 함께 보면서 원인을 하나씩 좁혀가는 방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