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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깻잎이 눈물을 흘려.”
딸의 말을 듣고 깻잎을 보러 갔습니다.
정말 물방울이 맺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제가 깻잎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수확한 날이었습니다.
두 번의 수확을 하면서 한꺼번에 잎을 너무 많이 따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집에 손님들이 왔고, 제가 직접 키운 깻잎을 꼭 함께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결국 어린잎 몇 장만 남기고 꽤 많은 잎을 수확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잎을 따낸 자리에 맺힌 물방울을 발견했습니다.
딸에게는 식물이 정말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입니다.
저에게도 그 말이 그냥 귀엽게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오늘 너무 많이 땄나?’
그 물방울은 대체 왜 생긴 걸까요?
세 번째 깻잎 수확, 많이 따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이 깻잎의 세 번째 수확이었습니다.
첫 번째 수확에서는 깻잎 1호에서 4장, 2호에서 2장을 땄습니다. 직접 키운 깻잎으로 처음 김밥을 만들어 먹었던 날이었습니다.
두 번째에는 수확할 만한 크기의 잎이 많지 않았는데 집에 손님이 와 있었습니다. 결국 조금 무리해서 네 장을 수확했고, 수확하고 난 깻잎 1호에는 위쪽 잎 두 장만 토끼 귀처럼 남았습니다.
그 모습을 직접 보고 나니 한꺼번에 잎을 많이 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잎은 제가 먹기 위해 수확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식물에게는 광합성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직 크고 있는 어린 깻잎이라면 잎을 너무 많이 제거했을 때 다시 자라는 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욕심내지 말고 조금씩 수확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수확 날에는 그 다짐을 지키기가 어려웠습니다.
손님들에게 직접 키운 깻잎을 먹이고 싶었습니다
이날은 이포에서 알게 된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한 날이었습니다.
그중에는 제가 처음 깻잎을 키우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친구도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와서 깻잎을 구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럼 직접 길러 먹어.”
라고 했던 바로 그 친구입니다.
그 말에서 시작한 일이 정말 씨앗을 심는 것으로 이어졌고, 여러 번의 발아 실패를 지나 이제는 사람들에게 직접 키운 깻잎을 내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제가 키운 깻잎을 함께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메뉴는 깻잎오이참치김밥으로 정했습니다.
문제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깻잎 한두 장으로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이미 앞선 두 번의 수확을 통해 잎을 한꺼번에 많이 따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결국 이날은 어린잎 몇 장을 제외하고 먹을 만한 잎을 거의 모두 수확했습니다.


그렇게 수확한 깻잎을 넣어 김밥을 만들었습니다.
한 접시 가득 만들었는데 먹기 시작한 뒤에야 사진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남아 있는 김밥이 얼마 없을 때 겨우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인들의 반응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정말 대단해. 실행력이 최고야.”
“이포 현지인도 못 길러 먹는 깻잎을 길러 먹다니. 언니 정말 대단해.”
“이포에서 깻잎을 먹게 될 줄이야!”
사실 저는 그동안 매일 깻잎을 들여다보느라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니 처음 깻잎 씨앗을 심었을 때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깻잎을 먹고 싶어서 시작했던 일이 정말 식탁 위 김밥까지 온 것입니다.
그날은 많이 수확한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보게 됐습니다.
“엄마, 깻잎이 눈물을 흘려.”
저녁이 지나고 딸이 깻잎을 보다가 저를 불렀습니다.
“엄마! 깻잎이 눈물을 흘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가보니 정말 깻잎 줄기에 투명한 물방울이 맺혀 있었습니다.

딸의 눈에는 그것이 눈물처럼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마음이 조금 아팠습니다.
하필 이날 제가 깻잎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따버렸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수확 때 이미 잎을 많이 따면 식물의 광합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들과 나눠 먹고 싶은 마음에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많이 수확했습니다.
그래서 딸이 “깻잎이 눈물을 흘려”라고 말하자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내가 너무 많이 따서 아픈 건가?’
물론 식물이 사람처럼 아파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것을 알면서도 잘라낸 자리마다 맺힌 투명한 물방울이 꼭 눈물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 글을 쓰려고 했을 때도 정말 ‘깻잎이 눈물을 흘렸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왜 물방울이 생겼는지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조금 다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깻잎 물방울, 일비현상일까?
딸이 “깻잎이 눈물을 흘려”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것은 이 물방울의 정체였습니다.
식물 잎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을 찾아보니 ‘일비현상’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제가 본 물방울이 일비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비현상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고 제가 찍어둔 사진을 다시 살펴보니, 조금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일비현상이란 무엇일까?
일비현상(guttation)은 식물이 잎 끝이나 가장자리로 물방울을 내보내는 현상입니다.
식물은 뿌리로 물을 흡수하고 잎에서는 증산을 통해 수분을 내보냅니다. 그런데 밤이나 이른 아침처럼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아 증산이 활발하지 않은 시간에도 뿌리에서 물이 계속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뿌리압에 의해 식물 내부의 물이 밀려 올라가면서 잎 끝이나 가장자리에 있는 **수공(hydathode)**을 통해 액체 상태의 물이 밖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침에 식물을 보았을 때 잎 끝에 작은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식물을 키우면 이 물방울을 이슬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슬과 일비현상은 물방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다릅니다.
이슬은 공기 중의 수증기가 차가워진 잎 표면에서 물방울로 응결한 것이고, 일비현상은 식물 내부의 물이 잎의 수공을 통해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겉으로 보면 둘 다 투명한 물방울이라 비슷하지만 어디에서 물이 왔는지가 다른 셈입니다.
그럼 수경재배에서도 일비현상이 생길까?
수경재배 식물에서도 일비현상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흙에서 키우는 식물만 뿌리로 물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수경재배 식물도 뿌리를 통해 물과 무기양분을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가 깻잎을 키우는 것처럼 뿌리가 물과 양액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밤이나 이른 아침에 증산이 줄어드는 조건이 겹치면 잎 끝이나 가장자리에서 물방울이 관찰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잎에 물방울이 있다고 해서 모두 일비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물방울이 어디에 맺혀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집 깻잎의 물방울은 위치가 달랐습니다
제가 찍어둔 사진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물방울이 맺힌 곳은 잎 끝이나 가장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날 제가 깻잎을 수확하면서 잎자루를 잘라낸 절단면이었습니다.
이 점이 중요했습니다.
일비현상은 일반적으로 잎 끝이나 가장자리의 수공을 통해 액체가 배출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반면 제가 본 것은 잎을 잘라 생긴 상처 부위에서 물이 배어 나온 것이었습니다.
식물의 뿌리는 제가 잎을 잘랐다고 해서 곧바로 물 흡수를 멈추는 것이 아닙니다.
뿌리에서 흡수된 물은 물관을 통해 지상부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물이 이동하던 잎자루를 잘라버리면 그 통로의 절단면이 외부에 노출됩니다. 뿌리압이 존재하는 조건이라면 그 절단면을 통해 수액이 배어 나와 물방울처럼 맺힐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본 현상은 전형적인 일비현상이라기보다 절단면에서 수액이 배어 나온 현상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했습니다.
둘 다 식물 내부의 수분 이동과 관련되어 있고 뿌리압이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닮았지만, 물이 나온 위치와 경로가 다릅니다.
| 구분 | 일비현상 | 제가 본 깻잎 물방울 |
| 물방울 위치 | 주로 잎 끝·가장자리 | 잎을 따낸 절단면 |
| 나오는 곳 | 수공 | 잘린 잎자루의 조직 |
| 관련 요인 | 뿌리압, 낮은 증산 등 | 절단된 조직과 내부 수분 이동 |
| 이슬과 같은 현상? | 아니요 | 아니요 |
그래서 앞으로 깻잎에 물방울이 맺힌 것을 발견한다면 먼저 물방울의 위치를 보는 것이 가장 쉬운 구분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잎 끝이나 가장자리에 맺혀 있다면 일비현상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저처럼 잎을 수확한 직후 잘라낸 자리에 맺혀 있다면 절단면에서 나온 수액일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사진만으로 식물 내부에서 일어난 과정을 완전히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관찰한 물방울을 단순히 ‘깻잎의 일비현상’이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이렇게 구분해서 기록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비현상이 나타나면 식물이 아픈 걸까?
이 부분도 궁금했습니다.
딸이 ‘눈물’이라고 표현한 데다 하필 제가 깻잎을 많이 수확한 날이었으니 처음에는 식물이 힘들어서 나타난 증상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일비현상 자체는 식물이 아파서 흘리는 물이 아닙니다.
또 일비현상이 나타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과습이나 병이 생겼다고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식물이 물을 충분히 흡수하고 있고, 증산이 적은 시간대에 뿌리압이 형성되는 등 여러 조건이 맞으면 정상적인 생리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물방울이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식물이 아주 건강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결국 물방울 하나만으로 식물의 건강 상태를 판단하기보다는 잎이 처지거나 변색되는지, 뿌리 상태는 어떤지, 배양액과 환경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는 편이 좋습니다.
저희 집 깻잎의 경우에는 더욱 단순했습니다.
제가 본 물방울은 잎 끝이 아니라 바로 몇 시간 전에 잎을 따낸 자리에 맺혀 있었습니다.
그러니 딸의 말처럼 깻잎이 정말 ‘눈물을 흘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날만큼은 그렇게 보였습니다.
많이 따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손님들과 나눠 먹겠다고 어린잎 몇 장만 남겨두고 잎을 거의 수확한 날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딸의 “엄마, 깻잎이 눈물을 흘려”라는 한마디 덕분에 저도 처음으로 일비현상과 잘린 식물의 절단면에서 나오는 물방울이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많이 수확한 깻잎, 다시 자랄 수 있을까?
물방울의 이유를 알고 나니 한 가지 걱정은 줄었습니다.
그래도 또 다른 걱정은 남아 있었습니다.
‘잎을 이렇게 많이 따도 괜찮을까?’
이번 수확에서 어린잎 몇 장은 남겨두었지만 평소보다 많은 잎을 한꺼번에 제거했습니다.
잎은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곳입니다. 따라서 아직 성장 중인 식물에서 잎을 지나치게 많이 제거하면 새잎을 만들고 다시 몸집을 키우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 번 많이 수확했다고 반드시 깻잎이 죽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생장점과 어린잎이 남아 있고 뿌리 상태가 괜찮다면 시간이 지나 다시 새잎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이날 한 수확을 ‘깻잎을 잘 키우기 위한 올바른 수확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도 많이 따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사람들과 직접 키운 깻잎을 나눠 먹고 싶어서 평소보다 많이 수확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제가 할 일은 하나였습니다.
더 따지 않고 기다려보는 것.
깻잎 3남매가 이번 대량 수확 뒤에 어떻게 회복하는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이포에서도 깻잎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식사를 하던 중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지인이 이포의 한 현지인이 마당에 깻잎을 심어 키우려고 했는데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자연스럽게 제가 키우는 깻잎과 비교해 봤습니다.
제가 키우는 깻잎은 말레이시아의 강한 햇빛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 실내 수경재배기에서 LED 조명을 받으며 자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인이 키운 깻잎이 실패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강한 햇빛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높은 온도나 수분 관리, 토양 상태, 병해충 등 다른 조건이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그 재배 환경을 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포의 햇빛 때문에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 경험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이포에서도 실내 환경에서는 깻잎을 씨앗부터 키워 실제로 수확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가능할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발아에 실패하면 다시 심고, 조금씩 자란 잎을 수확하다 보니 어느새 세 번째 수확에서는 손님들과 김밥을 만들어 먹을 만큼 잎이 생겼습니다.
저에게는 그 사실 자체가 꽤 재미있는 결과였습니다.
👩🏻🌾 거실농부의 기록
🌱 세 번째 수확에서는 손님들과 나눠 먹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깻잎을 땄습니다. 그날 밤 절단면에 물방울이 맺혔고, 딸은 “깻잎이 눈물을 흘려”라고 했습니다.
🌱 처음에는 제가 너무 많이 따서 그런가 마음이 쓰였지만, 알아보니 잎 끝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일비현상과는 달리 잘라낸 절단면을 통해 수분이 배어 나온 것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했습니다.
🌱 이번에는 많이 수확했으니 당분간 더 따지 않고, 깻잎 3남매가 다시 잎을 채워가는 모습을 지켜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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