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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을 키우면서 유난히 눈에 띄는 모종이 하나 있었습니다.

줄기는 길고 가늘었고, 떡잎은 저 위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딱 봐도 웃자란 모습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베란다에는 직사광선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식물등도 허니듀와 다른 채소들이 사용하고 있어 수박까지 비춰줄 조명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했던 것은 ‘이게 웃자람일까?’가 아니었습니다.

빛이 부족하면 왜 식물은 이렇게 줄기부터 길게 만드는 걸까?

그리고 또 하나가 궁금해졌습니다. 발아한 수박에는 처음부터 커다란 수박잎이 달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길쭉한 떡잎 두 장뿐이고, 그 사이에서 첫 본잎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본잎도 없는 발아 초기에는 빛이 얼마나 중요할까? 떡잎은 무슨 일을 하고, 본잎이 나오면 무엇이 달라지는 걸까?

마침 베란다에서 웃자란 수박과 발아 직후부터 LED 아래에서 키운 수박이 함께 있었습니다. 두 수박을 관찰하면서 궁금해진 웃자람과 발아 초기의 빛, 떡잎과 본잎의 역할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빛이 부족한 건 알겠는데, 왜 수박은 줄기부터 길어질까?

 

빛이 부족한 베란다에서 줄기가 길고 가늘게 웃자란 수박 모종
베란다에서 자란 수박은 줄기가 길고 가늘게 늘어나 딱 봐도 웃자란 모습이었습니다.

베란다 수박이 웃자랐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줄기가 유난히 길고 가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 제대로 서 있기 어려울 정도로 휘었습니다. 마디 사이도 길게 벌어져 있었습니다.

당시 수박이 있던 자리에는 충분한 식물등이 없었습니다. 우리 집 베란다는 사람 눈에는 밝지만 직사광선은 거의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왜 웃자랐지?’ 보다는 ‘빛이 부족하면 왜 이런 모양으로 자라는 거지?’가 궁금했습니다.

알아보니 식물은 주변의 빛이 부족하면 빛을 더 확보하기 위해 줄기의 신장이 증가하는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더 밝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 줄기를 길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내나 베란다처럼 줄기를 뻗어도 충분한 빛에 도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줄기만 계속 길고 가늘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키운 수박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줄기는 빠르게 길어졌지만 굵기는 그만큼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위로 뻗던 줄기가 점점 휘었고, 나중에는 흙 위를 따라 꼬불꼬불 자랐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많이 자랐다’와 ‘튼튼하게 자랐다’는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모종을 볼 때는 키뿐 아니라 줄기의 굵기와 마디 간격, 잎의 상태도 함께 봐야 했습니다.

웃자란 수박은 자라지 않은 것이 아니라, 빛이 부족한 환경에 반응하며 제가 원했던 것과는 다른 형태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궁금해졌습니다. 이 수박은 처음부터 본잎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떡잎 두 장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본잎조차 제대로 만들어지기 전의 빛은 어린 수박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떡잎밖에 없는 발아 초기에도 빛이 중요할까?

수박이 발아하면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잎은 떡잎입니다.

제가 키운 수박도 처음에는 길쭉한 떡잎 두 장뿐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갈라진 모양의 수박잎은 아직 보이지 않았습니다.

씨앗이 발아하기 시작할 때는 씨앗에 저장된 양분을 이용합니다. 그 힘으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밀어 올리며 떡잎을 펼칩니다. 떡잎이 빛을 받을 수 있는 상태로 펼쳐지면 광합성에도 참여하면서 아직 본잎이 충분하지 않은 어린 식물의 성장을 돕습니다.

그러니 본잎이 없다고 해서 발아 초기의 빛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떡잎을 펼친 뒤에도 빛이 부족하면 어린 줄기가 길고 가늘게 늘어나는 웃자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발아 후 떡잎을 펼친 수박 새싹
발아 직후의 수박에는 우리가 아는 수박잎 대신 길쭉한 떡잎 두 장이 먼저 펼쳐졌습니다.

조금 더 기다리자 떡잎 사이에서 전혀 다른 모양의 작은 잎이 올라왔습니다.

첫 본잎이었습니다.

수박 떡잎 사이에서 첫 본잎이 나오기 시작한 모습
떡잎 사이에서 첫 본잎이 올라오면서 어린 수박이 조금씩 수박다운 잎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본잎은 자라면서 우리가 흔히 보는 수박잎 특유의 모양을 만들어갔습니다. 본잎이 하나씩 늘어나면 광합성을 담당할 수 있는 잎의 면적도 커지고, 식물은 계속 새로운 잎과 줄기, 뿌리를 만들어가며 성장합니다. 그래서 어린 모종의 생육 상태를 이야기할 때도 본잎이 몇 장 나왔는지를 하나의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그러면 떡잎보다 본잎이 더 중요한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단순하게 비교할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떡잎은 씨앗에서 막 나온 어린 식물이 초기 생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이후 본잎이 만들어지고 늘어나면서 광합성의 중심이 점차 본잎으로 넘어갑니다. 

즉, 떡잎과 본잎은 중요도의 차이라기보다 역할을 하는 시기가 달랐습니다.

수박을 발아부터 키워보니 떡잎에서 본잎으로 이어지는 과정 전체를 건강하게 지나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발아 직후 LED를 받은 수박은 모습부터 달랐습니다

발아 초기의 빛을 알아보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마침 비교해 볼 수 있는 수박을 하나 더 키우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베란다 흙에서 자란 수박은 발아 초기 충분한 식물등을 받지 못했습니다. 반면 고수 화분에서 우연히 발아한 다른 수박은 아주 어린 상태에서 발견하자마자 수경재배기로 옮겼습니다.

이전에 허니듀를 키우면서 발아 직후부터 LED 아래에 두었을 때 웃자람이 적고 줄기가 굵게 자라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 수박에도 같은 방법을 적용해보고 싶었습니다.

두 수박의 모습은 처음부터 달랐습니다.

베란다 수박은 줄기가 빠르게 길어졌습니다. 반면 LED 아래의 수박은 줄기가 그렇게 길어지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본잎이 하나씩 만들어지며 상대적으로 짧고 굵은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베란다 웃자란 수박과 LED 수경재배 수박 초기 성장 비교
발아 초기 충분한 조명을 받지 못한 베란다 수박과 발아 직후부터 LED 아래에서 키운 수박은 줄기의 모습부터 달랐습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LED를 사용하면 무조건 수박이 튼튼하게 자란다’거나 ‘수경재배가 흙 재배보다 좋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한쪽은 베란다 흙, 다른 한쪽은 수경재배기였습니다. 뿌리가 물과 양분을 이용하는 환경도 달랐고 서로 다른 씨앗에서 나온 개체라 개체 차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온도와 통풍 등 다른 조건 역시 완전히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은 제가 만든 두 환경에서 발아 초기부터 수박의 모습에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미 웃자란 수박도 버리지 않았습니다. 한번 길어진 줄기가 다시 짧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뒤늦게 조명을 추가하고 새로 만들어지는 잎과 줄기의 변화를 계속 지켜봤습니다.

처음에는 딱 봐도 웃자란 수박 한 포기였는데, 그 수박을 계속 관찰하다 보니 처음 가졌던 궁금증에도 하나씩 답이 생겼습니다.

빛이 부족할 때 왜 줄기가 길어지는지, 떡잎밖에 없는 발아 초기에도 왜 빛이 중요한지, 그리고 본잎이 나오면서 수박이 어떻게 다음 생장 단계로 넘어가는지도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수박 모종의 키만 보지 않습니다. 줄기는 얼마나 굵은지, 마디 사이는 얼마나 벌어졌는지, 떡잎은 어떤 상태인지, 새로운 본잎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함께 보게 됐습니다.

 

👩‍🌾 거실농부의 기록

🌱 베란다 수박이 웃자란 이유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왜 빛이 부족하면 줄기가 길어지는지는 이번에 다시 알아보게 됐습니다.

🌱 떡잎과 본잎은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장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 이제는 모종의 키만 보지 않고 줄기의 굵기와 마디 간격, 본잎이 자라는 모습까지 함께 관찰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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