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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말레이시아 이포에서 깻잎을 먹고 싶어 시작한 첫 수경재배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베란다 화분에서는 20일 가까이 기다려도 나오지 않던 깻잎이 수경재배기에서는 약 이틀 만에 발아했습니다. 작은 싹을 처음 발견했을 때만 해도 이제 어려운 과정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발아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싹이 나온 씨앗이 갑자기 물러버리고, 겨우 떡잎을 내민 깻잎도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함께 심어놓은 다른 씨앗의 배지에는 곰팡이까지 생겼습니다.
물을 줄여야 하나? 돔을 열어야 하나? 배지를 바꿔야 하나?
수경재배가 처음이었던 저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결국 스펀지에서 락울로 배지를 바꿔보고, 새 배지를 다시 주문하고, 마지막에는 깻잎 씨앗을 냉장고에 넣는 방법까지 시도했습니다.
깻잎 하나를 키우려고 이렇게 많은 방법을 써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기록은 깻잎 발아 성공 이후 제가 겪었던 과습과 곰팡이, 배지 선택의 시행착오, 그리고 냉장고 발아까지 시도했던 과정입니다.
깻잎은 왜 자꾸 썩을까? 과습과 곰팡이가 시작됐습니다
처음 깻잎 씨앗에서 싹이 나왔을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베란다 화분에서는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던 깻잎이었기 때문입니다. 발아한 깻잎에는 순서대로 1호, 2호라고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이제 이 작은 싹들만 잘 키우면 곧 직접 키운 깻잎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발아하던 씨앗 하나가 점점 물러지더니 결국 썩어버렸습니다. 또 다른 씨앗은 떡잎까지 나오기 시작했는데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함께 심었던 상추 씨앗의 배지에서는 하얀 곰팡이처럼 보이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수경재배는 원래 물에서 식물을 키우는 방법이니 물이 많은 것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씨앗이 마르면 발아하지 않을까 봐 배지가 촉촉하게 유지되는 것에 더 신경을 썼습니다.
하지만 씨앗이 발아할 때 필요한 것은 수분만이 아니었습니다. 씨앗은 물을 흡수하면서 발아를 시작하지만 동시에 산소도 필요합니다. 배지가 지나치게 젖어 공기가 들어갈 공간이 부족한 상태가 오래 이어지는 것은 발아하는 씨앗과 어린 뿌리에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당시 우리 집 실내 온도는 약 32℃였습니다. 높은 온도와 많은 수분이 함께 유지되는 환경에서는 곰팡이나 미생물이 번식하기도 쉬워집니다.
그렇다고 당시 죽었던 깻잎의 원인이 전부 과습이었다고 지금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씨앗 자체의 상태도 달랐고, 온도와 배지의 수분량, 통풍 등 여러 조건이 함께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직접 관찰한 것은 분명했습니다. 배지가 지나치게 축축한 상태에서 씨앗이 물러지는 일이 반복됐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파종에서 결국 살아남은 것은 깻잎 1호와 2호뿐이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두 번째로 다시 씨앗을 심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또 씨앗이 물러지고 배지에서는 곰팡이가 보였습니다. 그래도 그중 하나가 발아했고, 이 아이에게는 깻잎 3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문제는 주변 배지였습니다. 곰팡이가 보이는 배지를 그대로 두었다가 어렵게 살아남은 깻잎까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닐까 걱정됐습니다. 당시에는 곰팡이의 종류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할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배지는 제거했습니다.
돔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고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발아하려면 습도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해 돔을 계속 닫아두었습니다. 하지만 내부가 지나치게 축축한 것 같아 이후에는 돔을 조금씩 열어 환기도 시켜봤습니다. 발아 초기에는 씨앗이 마르지 않을 정도의 수분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배지가 계속 흠뻑 젖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제가 찾아야 했던 것은 ‘물을 많이 주는 방법’이 아니라 씨앗이 마르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젖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말로 하면 간단한데 처음 수경재배를 하는 제게는 그 ‘적당함’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배지를 바꾸면 달라질까? 락울부터 보라 깻잎까지 다시 도전했습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자 이번에는 씨앗이 아니라 배지를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수경재배기를 구입하면서 함께 주문해 두었던 락울이 있었습니다. 기존 배지에서 계속 씨앗이 물러지는 모습을 봤으니 다른 재료를 사용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락울을 준비해 씨앗을 다시 심고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신경 쓰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펌프와 가까운 곳에 놓아둔 락울의 색이 다른 곳보다 진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이미 씨앗이 썩고 곰팡이가 생기는 일을 몇 번 겪은 뒤라 작은 변화에도 겁부터 났습니다.
‘또 썩는 건가?’
지금이라면 색만 보고 바로 버리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락울은 물이나 양액을 머금으면서 젖은 부분의 색이 달라 보일 수 있고, 표면 상태에 따라서도 색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뿌리가 실제로 부패했는지는 색 하나만 보기보다 악취가 나는지, 뿌리가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면서 물러졌는지, 겉 부분이 쉽게 벗겨지는지 등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저는 그런 것을 구분할 경험이 없었습니다. 앞서 어렵게 발아한 씨앗들을 계속 잃고 있던 터라 락울의 색이 달라진 것만으로도 불안했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생각한 배지를 비웠습니다.
그중에는 이미 발아한 씨앗도 있었습니다.
돔을 조금 열어 습도를 낮춰보기도 하고 통풍을 늘려보기도 했지만, 그 새싹 역시 끝까지 살리지 못했습니다.
이쯤 되니 수경재배기를 처음 구입했을 때는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배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새 배지를 주문하려고 찾아보니 수경재배용 스펀지는 모두 같은 크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진으로 볼 때는 비슷해 보여도 가로와 세로, 두께가 제품마다 달랐습니다. 결국 제가 사용하는 수경재배기 포트의 크기를 직접 재고 그 안에 들어갈 배지의 크기도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배지를 찾다가 우연히 새로운 깻잎 씨앗도 발견했습니다.
잎 뒷면이 보라색으로 보이는 깻잎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온 뒤 깻잎을 마음껏 먹지 못한 지 벌써 10개월 정도 되었던 때라 사진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깻잎을 먹어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가물가물했습니다. 그래도 일반 깻잎과 다른 모습이 신기했고, 어차피 다시 씨앗을 심어야 했기 때문에 새 배지와 함께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택배를 받아보니 이번에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새로 주문한 배지가 기존 포트에 사용하기에는 너무 얇았습니다.
다시 맞는 배지를 주문해서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 씨앗까지 받아놓고 그냥 기다리기가 싫었습니다. 결국 얇은 배지를 네 장씩 겹쳐서 포트에 끼웠습니다.
지금 보면 꽤 임시방편 같은 방법이지만 당시에는 어떻게든 깻잎을 발아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것이 신경 쓰였습니다. 이전에는 돔 안쪽에 이슬처럼 물방울이 맺혔는데 새 배지를 사용하니 물방울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을 보고 습도가 너무 낮은 것은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포트를 랩으로 감싸 습도를 높여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돔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 자체가 발아가 잘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내부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상대적으로 차가운 돔 표면을 만나면 물방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돔에 물방울이 몇 개 있느냐가 아니라 씨앗 주변 배지가 실제로 어떤 상태인가였습니다.
같은 시기에 심은 청경채와 케일은 별다른 문제없이 떡잎을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기다리는 깻잎은 또 조용했습니다.
같은 수경재배기, 비슷한 배지, 같은 공간에서 키우는데 왜 청경채와 케일은 올라오고 깻잎은 나오지 않을까?
계속 배지만 바꾸는 것으로는 답을 찾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배지가 아니라 깻잎 씨앗의 발아 조건 자체를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냉장고 발아, 깻잎 씨앗을 냉장고에 넣어봤습니다
청경채와 케일은 떡잎을 펼치고 있는데 깻잎만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 점점 다른 원인이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마음에 걸린 것은 온도였습니다.
당시 우리 집 실내 온도는 약 32℃였습니다. 말레이시아 이포에서는 특별히 이상한 온도가 아니지만, 씨앗 입장에서도 괜찮은 환경인지는 다른 문제였습니다. 첫 번째 깻잎은 어렵게 발아했지만 이후에 심은 씨앗들은 같은 수경재배기 안에서도 발아가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너무 더워서 그런 건 아닐까?’
깻잎 씨앗의 발아 방법을 찾아보다가 씨앗을 낮은 온도에 두었다가 다시 발아를 시도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이것을 편의상 ‘냉장고 발아’라고 생각하고 직접 시험해 봤습니다.
씨앗이 들어 있는 배지를 랩으로 감싼 뒤 그대로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앞에서는 습도가 높아 씨앗이 물러지는 것이 걱정돼 돔을 열었다 닫았다 했는데, 이번에는 깻잎을 발아시키겠다고 배지째 냉장고에 넣고 있으니 저 스스로도 조금 웃겼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깻잎 하나를 제대로 발아시키고 싶었습니다.
다만 지금 이 기록을 다시 정리하면서 당시의 방법을 ‘깻잎은 냉장고에 넣어야 발아한다’는 방법으로 소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씨앗의 발아에는 품종과 종자의 상태, 저장 기간, 온도, 수분 등 여러 조건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제가 겪었던 발아 실패 역시 높은 온도 하나만 원인이었다고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처음 사용한 씨앗과 두 번째 씨앗도 달랐고, 배지도 여러 번 바뀌었으며 수분 상태 역시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냉장고에 넣었던 것은 발아 실패의 원인을 하나씩 찾아보던 당시 제가 직접 시도했던 실험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래도 이 실험은 저에게 의미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깻잎 씨앗을 화분에 심어놓고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싹이 나오지 않으면 씨앗이 나쁜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패를 반복하면서 물의 양을 살펴보고, 배지를 바꾸고, 돔을 열어보고, 온도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수경재배기를 샀다고 식물이 알아서 자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작은 씨앗 하나가 발아하는 데도 생각보다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냉장고 안에는 랩으로 감싼 깻잎 배지가 들어 있습니다.
과연 냉장고에서 나온 깻잎은 발아할까요?
이번에는 결과를 미리 예상하지 않고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 직접 겪어본 깻잎 발아 시행착오
| 제가 겪은 문제 | 당시 해본 방법 | 겪고 나서 알게 된 점 |
| 씨앗과 떡잎이 물러짐 | 돔을 열어 환기 | 물러졌다고 무조건 과습으로 단정할 수는 없었다. 온도·수분·통풍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
| 배지에 곰팡이처럼 보이는 것이 생김 | 해당 배지를 제거 | 고온·고습한 환경에서는 배지 상태를 자주 살펴보는 것이 필요했다. |
| 락울 색이 진해짐 | 썩은 줄 알고 제거 | 락울의 색이 변했다고 해서 반드시 썩은 것은 아니었다. 냄새나 조직 상태도 함께 확인해야 했다. |
| 새 배지가 너무 얇음 | 4장을 겹쳐 사용 | 배지를 주문할 때는 포트 크기뿐 아니라 배지의 가로·세로·두께까지 확인하는 것이 좋았다. |
| 청경채·케일은 발아, 깻잎은 무반응 | 냉장고 저온 처리 시도 | 냉장고 저온 처리는 깻잎 발아의 정답이라기보다 당시 내가 시도해 본 여러 방법 중 하나였다. |
👩🏻🌾 거실농부의 기록
🌱 깻잎은 발아만 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씨앗이 물러지고 배지에 곰팡이가 생기면서 발아 이후의 관리가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스펀지에서 락울로 바꾸고 새 배지까지 주문하면서, 수경재배에서는 씨앗뿐 아니라 배지의 크기와 수분 상태도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같은 환경에서도 청경채와 케일은 먼저 발아했지만 깻잎은 또 기다려야 했습니다.
🌱 결국 배지째 냉장고에 넣어 저온 처리까지 시도했습니다. 다음 기록에서는 냉장고에서 나온 깻잎 씨앗이 정말 발아했는지 그 결과를 이어서 기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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