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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포에서 생활하면서 생각보다 자주 떠오른 채소가 있습니다.
바로 깻잎입니다.
이포에서는 제가 찾아본 범위에서는 깻잎을 쉽게 살 수 없었습니다. 깻잎을 사려면 페낭이나 쿠알라룸푸르의 한인마트까지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3월 20일, 결국 직접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발아가 되지 않아 다시 심기도 하고, 씨앗이 물러져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처음으로 깻잎을 수확했습니다.
첫 수확은 단 여섯 장.
그리고 그날 저녁, 그 여섯 장으로 우리 집 첫 깻잎 김밥을 만들었습니다.
수경재배 깻잎 첫 수확, 1호에서 4장 2호에서 2장을 땄습니다
깻잎을 직접 키우면서 처음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마트에서 사 먹을 때는 깻잎이 언제 수확된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직접 키우니 잎 하나를 따는 것도 망설여졌습니다.
‘이제 따도 되나?’
‘조금 더 기다리면 더 커지는 것 아닐까?’
특히 어렵게 발아시킨 깻잎이라 그런지 새잎 하나가 생길 때마다 아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깻잎은 열매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렸다 한꺼번에 수확하는 작물은 아닙니다. 식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는 가운데에서 새로 올라오는 어린잎과 생장 부분은 남겨두고, 바깥쪽에서 충분히 자란 잎부터 필요한 만큼 수확하며 계속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날 처음으로 잎을 따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거실농장에서 이 작업을 부르는 이름은 ‘잎치기’입니다.
정식 원예용어라기보다는 제가 편하게 부르려고 붙인 이름입니다. 가지를 자르면 가지치기라고 하니 깻잎을 하나씩 따는 일은 ‘잎치기’라고 부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첫 수확은 깻잎 1호에서 네 장, 2호에서 두 장이었습니다.
1호는 같은 시기에 키우기 시작한 2호보다 훨씬 빨리 자랐습니다. 잎도 컸고, 이전에 이식하면서 확인한 뿌리도 훨씬 풍성했습니다.

그래서 1호에서는 바깥쪽에서 충분히 커진 잎 네 장을 수확했습니다.
반면 2호는 아직 크기가 작았습니다.
1호와 똑같이 네 장을 따기보다는 2호의 상태에 맞춰 먼저 자란 잎 두 장만 수확했습니다.
결과는 총 여섯 장.

직접 키우기 전에는 식물 한 포기에서 잎 몇 장을 따느냐가 이렇게 고민할 일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키워보니 수확은 단순히 ‘먹을 수 있는 잎을 따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잎은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에 어린 식물에서 한꺼번에 너무 많이 제거하면 이후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무조건 오래된 잎이나 큰 잎을 제거하기보다는, 식물의 전체 크기를 보면서 먹을 만큼만 수확하고 가운데 어린잎은 남기는 방식으로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깻잎 하나 발아시키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제는 어느 잎을 수확할지 고민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손에 들린 여섯 장을 보고 있으니 그 변화가 꽤 신기했습니다.
깻잎 첫 수확 후기, 이포에서 약 10개월 만에 다시 맡은 향
이번 첫 수확이 특별했던 이유는 수확량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말레이시아 이포에서는 깻잎 자체를 쉽게 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페낭이나 쿠알라룸푸르의 한인마트까지 가면 살 수 있지만, 깻잎 몇 장을 사기 위해 다른 도시까지 갈 수는 없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마트에 가면 별생각 없이 집어 들던 채소였는데 이포에서는 먹고 싶다고 바로 살 수 있는 채소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직접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3월 20일, ‘그럼 내가 길러 먹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첫 수확까지 오는 과정은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씨앗을 심어도 발아하지 않았고, 배지 안에서 씨앗이 물러진 적도 있었습니다.
다시 심고 또 기다렸습니다.
아침이면 가장 먼저 수경재배기를 확인했고, 작은 변화가 보이면 그것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깻잎에 1호와 2호라는 이름까지 붙었습니다.
잎이 커지면서 처음 사용하던 작은 수경재배기가 비좁아졌고, 결국 하이드로볼을 채운 큰 화분형 수경재배기로 이사도 시켰습니다.
긴 뿌리가 끊어질까 조심하면서 옮겼던 깻잎을 이제는 제가 직접 따서 먹게 된 것입니다.
수확한 깻잎을 손에 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향을 맡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던 바로 그 향이 났습니다.
수경재배로 키우면 혹시 향이 약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적어도 이날 제가 키운 깻잎에서는 익숙한 깻잎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는 여섯 장이라는 수확량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깻잎을 먹는다.’
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이 귀한 깻잎으로 뭐 만들어 먹을까?”
첫째는 깻잎에 밥을 싸 먹자고 했고, 둘째는 깻잎 김밥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둘째의 말을 들은 첫째도 바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오, 깻잎 김밥 너무 먹고 싶어요!”
그렇게 그날 저녁 메뉴는 만장일치로 깻잎 김밥이 됐습니다.
그런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김밥을 만들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직접 키운 깻잎으로 김밥을 만들었습니다
김밥을 만들기로 한 것은 좋았는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단무지도 없고 마요네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슬쩍 제안했습니다.
“오늘 단무지 만들어두고 내일 김밥 싸주면 안 될까?”
아이들의 대답은 아주 단호했습니다.
“아니요. 오늘 먹고 싶어요.”
결국 집에 있는 재료로 바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 고민이 생겼습니다.
깻잎이 너무 적었습니다.
1호에서 수확한 네 장을 김밥 한 줄에 한 장씩 넣으면 몇 줄 만들지도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네 장을 각각 반으로 잘랐습니다.
네 장이 여덟 조각이 됐습니다.
2호에서 수확한 두 장은 아직 크기가 너무 작아 김밥에 넣기 애매했습니다. 깨끗하게 씻어 아이들에게 주었더니 김밥을 만들기도 전에 바로 아이들 입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결국 김밥에 사용한 것은 1호에서 수확한 네 장이었습니다.
직접 키운 깻잎이지만 먹기 전에는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었습니다. 흙을 사용하지 않는 수경재배라도 잎에 먼지나 이물질이 묻을 수 있으니까요.
집에 있는 재료를 넣고 마지막에 반으로 자른 깻잎을 올려 꼬마김밥을 말았습니다.
완성된 김밥을 접시에 놓고 보니 생각보다 제법 많아 보였습니다.

‘깻잎 네 장으로 만든 게 맞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을 때는 정말 적었던 깻잎이 반으로 잘려 김밥 속에 들어가니 한 접시가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잘 먹는 아이들의 배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김밥을 먹은 뒤 밥과 빵을 더 먹었습니다.
그래도 이날 김밥의 목적은 배불리 먹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도 깻잎이 발아하는 순간부터 계속 봐왔습니다.
제가 매일 수경재배기를 들여다보는 것도 봤고, 잎이 점점 커지는 것도 봤습니다.
그 깻잎이 드디어 식탁 위 음식이 된 것입니다.
씨앗 한 알이 자라 실제 음식이 되는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경험했다는 점에서 이날 김밥은 평소에 만들던 김밥과 조금 달랐습니다.
수경재배 깻잎 김밥, 직접 키운 깻잎에서도 향이 났습니다
김밥을 다 만들고 가장 궁금했던 것은 맛이었습니다.
특히 깻잎 향이 얼마나 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수경재배로 키운 깻잎에서도 한국에서 먹던 깻잎처럼 특유의 향이 날까?
한 장을 반으로 잘라 넣은 정도로도 김밥 안에서 존재감이 있을까?
아이들이 먼저 먹었습니다.
“엄마, 깻잎 김밥 정말 맛있어요!”
그 말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는데 첫째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했습니다.
“김밥 한 개 먹고 나면 입안에 깻잎 향이 은은하게 남아요.”
저도 한입 먹어보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깻잎이 많이 들어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장을 반으로 잘라 넣었으니 김밥 한 줄에 들어간 양은 정말 소박했습니다.
그런데 씹고 난 뒤 특유의 향이 남았습니다.
둘째는 다 먹고 나서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엄마, 정말 맛있었어요. 없는 재료로 깻잎 김밥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저는 단무지도 없고 준비된 재료도 부족해서 ‘제대로 만든 김밥도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완벽한 김밥 재료보다 오늘 우리가 키운 깻잎을 직접 따서 바로 먹었다는 것이 더 중요했던 모양입니다.
저에게도 그랬습니다.
효율만 생각하면 깻잎 여섯 장을 얻기 위해 수경재배기를 사고, 양액을 넣고, 식물등을 켜고, 몇 달을 기다리는 일이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닙니다.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었다면 저도 아마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사는 이포에서는 깻잎을 쉽게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 씨앗에서 자란 잎으로 아이들과 김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이날 확인하고 싶었던 또 하나는 수경재배로 키운 깻잎에서도 제가 기억하던 향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이날 수확한 깻잎에서는 특유의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몇 장을 먹어본 개인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수경재배와 흙 재배의 향 차이를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제게는 충분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온 뒤 약 10개월 만에 다시 먹은 깻잎이었습니다.
3월 20일 씨앗을 심은 뒤 여러 번 실패하고 기다려 얻은 첫 수확은 고작 여섯 장이었지만, 그 여섯 장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모두 했습니다.
직접 키우고, 직접 수확하고, 가족과 함께 먹었습니다.
앞으로 깻잎을 수확할 때마다 이날처럼 호들갑스럽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손에 올려놓으면 얼마 되지 않았던 첫 번째 여섯 장과, 그 깻잎을 반으로 잘라 만든 꼬마김밥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수경재배 깻잎 첫 수확 기록
| 기록 | 이날의 경험 |
| 깻잎 재배 시작 | 3월 20일 |
| 첫 수확 | 총 6장 |
| 깻잎 1호 | 충분히 자란 잎 4장 |
| 깻잎 2호 | 아직 작아 잎 2장만 수확 |
| 바로 먹은 깻잎 | 2호의 작은 잎 2장 |
| 김밥에 사용 | 1호 잎 4장을 반으로 잘라 사용 |
| 첫 요리 | 꼬마 깻잎 김밥 |
| 맛과 향 | 김밥을 먹은 뒤에도 깻잎 특유의 향을 느낄 수 있었음 |
| 이후 수확 방법 | 가운데 어린잎을 남기고 충분히 자란 바깥잎부터 필요한 만큼 수확 |
※ 수확 시기는 식물의 크기와 재배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표는 제가 직접 수경재배로 키운 깻잎 1호와 2호의 첫 수확 기록입니다.
👩🏻🌾 거실농부의 기록
🌱 첫 수확은 1호 네 장, 2호 두 장으로 모두 여섯 장이었습니다.
🌱 적은 양이었지만 약 10개월 만에 다시 먹은 깻잎이자, 씨앗부터 직접 키워 처음 식탁에 올린 깻잎이었습니다.
🌱 다음부터도 식물의 크기를 보면서 가운데 어린잎은 남기고 먹을 만큼씩 수확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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