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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생이 우리 집에 놀러 왔습니다.

거실 수경재배기에서 자라고 있는 케일을 보던 동생이 잎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언니, 이 하얀 거 농약 아니었어? 얘도 있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예전에 마트에서 케일을 사 먹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진한 초록색 케일 잎 위에 뽀얗게 올라온 하얀 것.

씻어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고 손으로 문지르면 일부가 지워지는 것처럼 보여 저는 오랫동안 그것을 농약 잔여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케일을 먹을 때마다 꽤 열심히 씻었습니다.

베이킹소다를 사용하기도 하고, 식초물에 담가보기도 하고, 채소 세척제를 사용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씻어도 하얀 것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오히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케일은 정말 농약이 많이 묻어 있나 보다.’

그런데 제가 직접 케일을 키우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우리 집 케일에는 농약을 한 번도 뿌린 적이 없는데 똑같은 하얀 것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렇다면 케일 잎의 하얀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케일 잎의 하얀 것, 직접 키워보니 농약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키운 케일은 거실 수경재배기에서 자랐습니다.

농약을 뿌리지 않았는데도 케일이 자라면서 잎 표면이 점점 뽀얗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물이 마르면서 남은 자국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새로 자라는 잎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농약 없이 수경재배한 케일 잎의 하얀 왁스층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수경재배 케일에서도 잎 표면이 뽀얗게 보였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나서야 제가 마트에서 사 먹던 케일을 떠올렸습니다.

‘잠깐, 내가 농약이라고 생각했던 게 이것 아니야?’

알아보니 케일을 비롯한 여러 식물의 잎 표면에는 자연적으로 왁스(wax)가 존재합니다.

식물의 지상부 표면은 큐티클(cuticle)이라는 보호 구조로 덮여 있고, 그 표면에는 왁스 성분이 존재합니다. 특히 표면에 형성되는 것을 에피큐티큘러 왁스(epicuticular wax)라고 합니다.

케일은 Brassica oleracea에 속하는 식물인데, 실제로 케일과 Brassica oleracea 잎의 표면 왁스에 관한 연구도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왁스 때문에 잎이 뽀얗거나 회백색 코팅을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과일이나 채소 표면에서 이런 뽀얀 모습을 흔히 블룸(bloom)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제가 케일을 사 먹으며 오랫동안 농약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식물 자체의 표면 구조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키우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식물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었으니까요.

 

케일은 왜 잎에 왁스층을 만들까?

그렇다면 식물은 왜 굳이 잎 표면에 왁스를 만들어 놓는 걸까요?

식물의 잎은 사람의 피부처럼 외부 환경과 계속 맞닿아 있습니다.

빛을 받아야 하고, 물을 잃지 않아야 하고, 비나 물방울에도 노출됩니다.

식물의 큐티클과 그 표면의 왁스는 식물과 외부 환경 사이에서 중요한 보호 경계 역할을 합니다. 특히 수분 손실을 줄이는 데 관여하고 여러 외부 환경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왁스는 케일에 우연히 묻어 있는 이물질이 아니라 식물 표면을 구성하는 자연스러운 구조 중 하나입니다.

재미있는 점도 있었습니다.

수경재배라고 해서 이 왁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키운 케일은 흙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야외에서 비바람을 맞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잎이 자라면서 뽀얀 표면이 만들어졌습니다.

연구에서도 실내와 실외에서 키운 케일 모두에서 잎 표면 왁스가 확인됐으며, 재배 환경에 따라 왁스의 조성과 구조에는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니 “수경재배인데 왜 왁스가 생겼지?” 하고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저는 직접 키워본 덕분에 마트에서 보던 케일의 하얀 표면을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게 됐습니다.

 

케일의 하얀 것은 모두 왁스층일까? 곰팡이와는 어떻게 다를까?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케일 잎에 하얀 것이 보인다고 해서 모든 경우를 무조건 왁스층이라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식물을 키우다 보면 병이나 곰팡이 때문에 잎이 하얗게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키운 케일에서 본 것은 잎 전체에 비교적 고르게 퍼진 뽀얀 막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새잎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고 식물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습니다.

반대로 하얀 부분이 어느 날 갑자기 얼룩처럼 나타나 계속 넓어진다거나, 가루를 뿌린 것처럼 특정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거나, 잎의 변색·마름·손상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다른 원인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특히 직접 재배하는 케일이라면 잎의 앞면만 보지 말고 뒷면과 줄기 주변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이번에 알게 된 중요한 점은

‘하얗다 = 농약’도 아니고, ‘하얗다 = 무조건 천연 왁스’도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는지 식물 전체의 상태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케일 왁스층은 씻어 없애야 할까?

가 가장 궁금했던 것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농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뽀얀 부분을 없애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케일 자체의 표면 왁스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수경재배 케일 잎의 하얀 왁스층을 문질러 확인한 모습
뽀얀 케일 잎을 문질러보니 왁스층이 벗겨진 부분은 짙은 초록색으로 보였습니다.

왁스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완전히 벗겨낼 때까지 문지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왁스층이 자연적인 것이라는 사실과 “채소를 씻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케일 역시 먹기 전에는 씻는 것이 좋습니다.

재배·수확·운반·보관 과정에서 흙이나 먼지, 미생물 또는 다른 이물질이 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제가 예전에 알고 있던 세척법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미국 FDA는 집에서 키운 채소를 포함한 신선 농산물을 먹기 전에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을 것을 권고합니다. 반면 비누, 세제 또는 상업용 채소 세척제를 이용해 씻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저처럼 케일의 하얀 왁스층을 농약이라고 생각해서 무조건 강하게 씻어낼 필요는 없었던 것입니다.

 

케일 씻는 방법, 흐르는 물이면 충분할까?

제가 예전에 케일을 씻던 방법은 꽤 복잡했습니다.

베이킹소다를 사용하기도 했고 식초물에 담그기도 했으며 채소 세척제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을 다시 정리하면서 공식적인 신선 채소 세척 지침도 함께 확인해 봤습니다.

FDA의 기본적인 권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먹기 전 깨끗한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는 것입니다. 신선 농산물을 손으로 부드럽게 문지르면서 흐르는 물에 씻고, 세척 후 깨끗한 천이나 종이타월로 물기를 제거하는 것도 표면의 세균을 더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그래서 케일이라면 저는 이렇게 씻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① 잎을 한 장씩 살펴봅니다.
② 상했거나 심하게 손상된 부분이 있다면 제거합니다.
③ 흐르는 깨끗한 물에 잎의 앞뒤를 씻습니다.
④ 잎의 주름과 줄기 주변에 이물질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⑤ 필요하면 손으로 부드럽게 문질러 씻습니다.
⑥ 씻은 뒤 물기를 털거나 깨끗한 종이타월 등으로 제거합니다.

중요한 것은 하얀 부분이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문질러 씻지 않는 것입니다.

그 뽀얀 부분 자체가 케일이 원래 가지고 있는 표면 왁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FDA는 비누·세제·상업용 채소 세척제를 신선 농산물에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씻는다고 모든 미생물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지만, 흐르는 물로 씻는 것은 표면에 존재할 수 있는 오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직접 키운 케일도 씻어 먹어야 할까?

이것도 제가 수경재배를 시작하고 나서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우리 집에서 키운 케일에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흙도 사용하지 않고 거실 수경재배기에서 키웠으니 처음에는

‘이건 그냥 따서 바로 먹어도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키운 채소라고 해서 완전히 무균인 것은 아닙니다.

손으로 만질 수도 있고, 집 안의 먼지가 내려앉을 수도 있으며 재배 과정에서 사용하는 물이나 도구 등을 통해 미생물이 접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FDA 역시 집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도 먹기 전에 흐르는 물에 씻을 것을 권고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가 직접 키운 케일도 수확한 뒤 흐르는 물에 씻어 먹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하얀 부분을 없애겠다고 박박 문지르지는 않습니다.

그 차이가 꽤 큽니다.

 

케일뿐만 아니라 양배추·브로콜리에도 왁스가 있습니다

알고 나니 케일만의 특별한 현상도 아니었습니다.

케일은 양배추, 브로콜리 등과 함께 Brassica oleracea에 속합니다.

이 식물들의 잎이나 표면을 자세히 보면 뽀얗게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Brassica oleracea와 가까운 배추과 식물의 표면 왁스 구조를 관찰한 연구에서도 잎 표면의 왁스 구조가 확인됩니다. 

생각해 보면 마트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양배추 겉잎이 뽀얗게 보이기도 하고, 브로콜리 표면도 약간 회백색을 띠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이런 것을 보면

‘뭔가 묻었나?’

하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직접 식물을 키우고 나니 이제는 먼저 식물 자체의 표면 구조일 가능성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식물을 키우면서 얻은 지식 중에는 이런 것들이 꽤 많습니다.

책에서 처음 배운 것이 아니라 제가 키우던 식물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이게 뭐지?’

하고 찾아보다 알게 된 것들입니다.

 

농약인 줄 알고 열심히 씻었던 지난날

동생의

“언니, 이 하얀 거 농약 아니었어?”

라는 한마디 때문에 제가 케일을 어떻게 씻어 먹어왔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그동안 저는 그 하얀 것을 없애야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씻어도 남아 있으면 또 씻고, 문질러도 남아 있으면 더 문질렀습니다.

그런데 농약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제 케일에서 똑같은 뽀얀 막을 발견했습니다.

직접 키워보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케일을 살 때마다 하얀 부분을 보며 농약부터 떠올렸을지도 모릅니다.

수경재배를 시작하면서 저는 깻잎을 먹고 싶었고, 직접 채소를 수확해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식물을 키우다 보니 먹는 것 외에도 하나씩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생깁니다.

씨앗은 어떻게 발아하는지, 떡잎과 본잎은 어떻게 다른지, 같은 환경에서도 왜 성장 속도가 다른지.

그리고 이번에는 케일 잎의 하얀 것이 반드시 농약은 아니라는 것을 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마트에서 수없이 봤던 케일인데 직접 키우고 나서야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 케일 잎의 하얀 것, 한눈에 정리

궁금했던 것 알아본 내용
케일 잎의 뽀얀 것은 무조건 농약일까? 아니다. 케일 자체의 표면 왁스일 수 있다.
수경재배 케일에도 생길까? 생길 수 있다. 제가 농약 없이 키운 케일에서도 확인했다.
왜 생길까? 식물의 큐티클과 표면 왁스는 수분 손실을 줄이고 외부 환경에 대응하는 보호 구조의 일부다.
하얀 것이 보이면 전부 왁스일까? 아니다. 모양과 식물 상태를 보고 병이나 다른 원인과 구별해야 한다.
왁스를 전부 벗겨내야 할까? 그럴 필요는 없다.
케일은 어떻게 씻을까? 흐르는 물에서 앞뒤를 충분히 씻고 필요하면 부드럽게 문지른다.
채소 세제나 비누가 필요할까? FDA는 비누·세제·상업용 채소 세척제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직접 키운 케일도 씻어야 할까? 먹기 전에 흐르는 물에 씻는 것이 좋다.

※ 잎의 하얀 부분이 모두 왁스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특정 부위에 갑자기 하얀 가루나 반점이 퍼지거나 잎의 변색·마름 등 다른 이상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병해 등 다른 원인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거실농부의 기록

🌱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우리 집 케일에도 뽀얀 왁스층이 생겼습니다.

🌱 예전에는 농약인 줄 알고 열심히 문질러 씻었지만, 직접 키우고 나서야 케일이 원래 가지고 있는 표면 왁스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이제는 하얀 부분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수확한 케일을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먹고 있습니다.

 

 

📚 참고한 자료

  • 미국 FDA, Selecting and Serving Produce Safely — 신선 과일·채소의 세척 및 안전한 취급 방법 참고. FDA는 집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포함해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고, 비누·세제·상업용 채소 세척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FDA 자료 보기⁠
  • Shepherd T. 외, Effects of environment on the composition of epicuticular wax from kale and swede — 케일 잎의 에피큐티큘러 왁스와 재배환경에 따른 왁스 조성·구조 차이 참고.
    연구 자료 보기⁠
  • Tewari J. P. 외, Epicuticular Wax Columns in Cultivated Brassica Species and in their Close Wild Relatives, Annals of BotanyBrassica oleracea 등 배추과 식물의 표면 왁스 구조 참고.
    연구 자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