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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 씨앗을 발아시키면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법을 시도해봤습니다.

같은 케일 씨앗을 수경재배기에서 발아시키면서 한쪽에는 빛이 들어가고, 다른 한쪽에는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환경을 다르게 만들어봤습니다. 그리고 같은 씨앗을 피트모스에도 심어 함께 지켜봤습니다.

제가 처음 궁금했던 것은 단순했습니다.

‘케일 씨앗은 빛이 있는 곳과 없는 곳에서 발아 속도나 새싹의 모습이 달라질까?’ 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발아 속도가 아니었습니다.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호일로 감싸두었던 곳에서 발아한 케일의 떡잎이 제가 생각했던 연두색이나 초록색과 전혀 다른 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자주색이었습니다.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작은 꽃이나 보석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이 케일에게 ‘보석 새싹’이라는 별명까지 붙였습니다.

그런데 보고 있자니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얘는 왜 초록색이 아니라 자주색이지?’

빛의 유무에 따른 발아 차이를 보려고 시작했던 작은 실험이 예상하지 못했던 떡잎의 색 때문에 또 다른 관찰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케일 발아 실험|같은 수경재배기에서 빛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을 만들어봤습니다

이번 실험을 시작한 이유는 씨앗의 발아와 빛의 관계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종류의 씨앗을 직접 발아시키다 보면 어떤 씨앗은 흙을 얕게 덮으라고 하고, 어떤 씨앗은 빛을 받을 수 있도록 흙을 거의 덮지 말라고 합니다. 그래서 씨앗이 싹을 틔울 때 빛이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실험 장비가 있는 것은 아니니 제가 가지고 있는 수경재배기 안에서 최대한 단순하게 비교해보기로 했습니다.

같은 케일 씨앗을 수경재배기에서 발아시키되 한쪽은 평소처럼 LED 빛이 들어오도록 두고, 다른 한쪽은 돔 주변을 호일로 감싸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했습니다. 어둠 조건이라고 해서 수경재배기를 끄거나 씨앗을 서랍이나 상자 같은 다른 장소로 옮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수경재배기 안에 두되 호일을 이용해 빛만 차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비교할 대상이 하나 더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 같은 케일 씨앗을 피트모스에도 파종했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 빛과 어둠 조건으로 케일 씨앗 발아 비교 실험
같은 수경재배기 안에서 한쪽은 LED 빛을 받게 하고, 다른 한쪽은 호일로 감싸 빛을 차단해 케일을 발아시켰습니다.

물론 이것을 정확한 과학 실험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수경재배기의 배지와 피트모스는 발아 환경 자체가 다르고, 온도와 습도도 각각 완전히 동일하게 통제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씨앗 하나하나가 가진 발아 능력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결과만 가지고 어느 방법에서 케일이 더 잘 발아한다고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보고 싶었던 것은 훨씬 단순했습니다.

‘내가 직접 키웠을 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차이가 생길까?’

그래서 어느 곳에서 먼저 싹이 나오는지, 줄기는 어떻게 올라오는지, 떡잎의 모양과 색은 어떻게 다른지를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차이는 발아 속도가 아니라 에서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호일로 빛을 차단해두었던 곳에서 발아한 케일 가운데 하나의 떡잎이 초록색이 아니라 짙은 자주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발아한 케일|호일을 벗기자 자주색 떡잎이 나타났습니다

호일로 감싸놓은 곳에서 케일이 발아한 것을 확인한 뒤에는 호일과 돔을 벗겨주었습니다. 이 부분은 이번 기록에서 꽤 중요합니다. 케일을 어두운 곳에서 발아시킨 뒤 수경재배기로 옮긴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수경재배기 안에 있었고 발아할 때만 호일로 빛을 차단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발아가 확인된 뒤에는 호일과 돔을 제거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같은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수경재배기의 LED 조명을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호일을 벗긴 뒤 제가 가장 먼저 눈여겨본 것은 떡잎의 색이었습니다.

호일로 빛을 차단한 환경에서 발아한 자주색 케일 떡잎
어둠 조건에서 발아한 케일입니다. 발아를 확인한 뒤 호일과 돔을 벗기자 자주색 떡잎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새싹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렸던 연두색이나 초록색과 달랐습니다. 떡잎에 자주빛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습니다. 그동안 홈파밍을 하면서 빛이 부족해 줄기가 길어지거나 색이 연해진 새싹은 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어린 떡잎에 자주색이 선명하게 나타난 모습은 제게 꽤 낯설었습니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LED 조명 아래에서 봤을 때였습니다. 호일을 벗긴 뒤부터 바로 LED 빛을 받기 시작했는데, 조명 아래에서 자주색 떡잎을 바라보니 색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떡잎 두 장이 펼쳐진 모양까지 더해지니 작은 꽃 같기도 했고, 순간적으로는 작은 보석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케일을 혼자 ‘보석 새싹’이라고 불렀습니다.

LED 조명 아래 자주색을 띠는 케일 떡잎 확대 모습
실제로 보면 자주빛이 더욱 선명했습니다. LED 조명 아래에서는 작은 꽃이나 보석처럼 보여 ‘보석 새싹’이라고 불렀습니다.

사진도 찍어봤지만 실제 눈으로 봤을 때 느껴졌던 자주빛이 사진에는 완전히 담기지 않아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예쁘다고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니 곧바로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왜 자주색이지?’

처음에는 가장 눈에 띄는 차이가 ‘어둠’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둠 속에서 발아한 것과 자주색 떡잎을 연결해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알아보니 어둠에서 발아한 것과 자주색이 나타난 것을 곧바로 원인과 결과로 연결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어둠 속에서 자라는 어린 식물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변화 가운데 하나는 황화입니다. 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엽록소 발달과 식물의 형태에 변화가 생기면서 줄기가 길어지고 잎이 연한 노란색이나 창백한 색을 띠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본 것은 단순히 초록색이 부족한 모습이 아니라 눈에 띄는 자주색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자주색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케일 떡잎이 자주색인 이유|안토시아닌과 품종, 빛의 영향을 함께 생각해봤습니다

케일 떡잎에서 보인 자주색이 궁금해 자료를 찾아보면서 알게 된 것이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라는 색소였습니다. 안토시아닌은 식물에서 붉은색, 보라색, 푸른색 계열의 색을 나타내는 데 관여하는 색소입니다. 자색 양배추나 보라색 잎채소, 여러 꽃과 과일에서 우리가 보는 붉거나 보라색에도 안토시아닌이 관여합니다. 따라서 제가 관찰한 케일 떡잎의 자주빛 역시 안토시아닌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발아해서 스트레스를 받아 자주색이 된 걸까?’

하지만 알아볼수록 그렇게 간단하게 결론 내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식물의 안토시아닌 생성과 축적에는 유전적인 특성뿐 아니라 빛과 온도, 영양 상태 등 여러 조건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빛은 많은 식물에서 안토시아닌 생성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환경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니 이번에 제가 관찰한 결과만 가지고 ‘어둠 때문에 안토시아닌이 증가해서 케일 떡잎이 자주색이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품종의 영향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케일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색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초록색 계열의 케일도 있지만 잎이나 줄기에 붉은색과 보라색 계열이 나타나는 품종도 있습니다. 이런 색의 특성이 어린 조직이나 떡잎에서부터 보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제가 사용한 씨앗 자체가 자주빛을 나타내기 쉬운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을 제외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잎의 색이 한 가지 색소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초록색을 나타내는 엽록소와 붉거나 자주색 계열을 나타내는 안토시아닌 등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얼마나 눈에 드러나는지에 따라 실제로 보이는 색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실험에서 제가 직접 확인한 사실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원인을 구분해야 했습니다.

제가 직접 본 것은 분명합니다.

호일로 빛을 차단한 상태에서 발아한 케일 가운데 자주색 떡잎을 가진 새싹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자주색이 된 직접적인 원인이 어둠이었다는 것은 이번 관찰만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알아보려면 같은 품종의 씨앗을 더 많이 사용하고 다른 조건을 최대한 동일하게 맞춘 뒤 빛의 조건만 달리해 여러 번 비교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록에서는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기보다 제가 직접 본 현상과 가능한 이유를 구분해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빛 조건과 어둠 조건에서 발아한 케일 새싹 색 비교
같은 케일 씨앗이라도 발아한 새싹의 색과 모습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 관찰만으로 그 차이가 빛 때문이라고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자주색 케일 떡잎은 어떻게 변했을까?|LED 빛을 받은 뒤 나타난 변화

발아를 확인한 뒤 호일과 돔을 벗겨주었습니다. 케일을 다른 장소로 옮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같은 수경재배기 안에 있었고, 발아할 때만 호일로 LED 빛을 차단했습니다. 호일과 돔을 제거한 뒤에는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수경재배기의 LED 조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자주색 떡잎의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습니다.

6월 28일 사진을 보면 떡잎에는 자주빛이 꽤 강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줄기에도 자주색이 뚜렷하고 떡잎 가장자리뿐 아니라 잎 전체에 보라색 기운이 보였습니다. 제가 처음 이 새싹을 보고 ‘보석 같다’고 느꼈던 것도 바로 이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인 6월 29일 사진에서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떡잎 가운데에서부터 초록색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주색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잎 가장자리에는 여전히 자주빛이 강하게 남아 있었지만, 전날과 비교하면 떡잎 안쪽에 초록빛이 나타난 것이 사진으로도 보였습니다.

6월 28일과 29일 어둠에서 발아한 케일 자주색 떡잎 변화 비교
6월 28일에는 떡잎 전체에 자주빛이 강하게 보였지만, 다음 날인 29일에는 떡잎 안쪽에서 초록빛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를 보면서 처음 품었던 궁금증 하나에는 어느 정도 답을 얻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발아했을 때 자주색으로 보였던 케일 떡잎은 호일을 벗기고 LED 빛을 받기 시작한 뒤 그대로 자주색으로만 남아 있지는 않았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초록색이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도 조심해야 할 부분은 있습니다.

이 변화를 단순히 ‘LED 빛을 받았기 때문에 자주색이 초록색으로 변했다’고 하나의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발아 직후 어린 떡잎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엽록소가 발달한 영향도 함께 있었을 수 있고, 안토시아닌과 엽록소가 눈에 보이는 비율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직접 관찰한 변화는 분명했습니다.

6월 28일에는 자주색이 강했던 떡잎이, 6월 29일에는 가운데부터 초록색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월 30일에는 처음 실험을 시작했던 세 가지 환경의 케일을 다시 비교해봤습니다.

6월 30일 피트모스 어둠 빛 조건에서 발아한 케일 새싹 비교
6월 30일 피트모스, 어둠 조건, 빛 조건에서 발아한 케일을 나란히 비교했습니다. 어둠에서 발아했던 케일도 떡잎의 초록색이 훨씬 뚜렷해졌습니다.

피트모스에서 발아한 케일, 호일로 빛을 차단한 상태에서 발아한 케일, 처음부터 LED 빛을 받으며 발아한 케일을 같은 날짜의 사진으로 나란히 놓아봤습니다. 세 새싹을 함께 보니 차이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피트모스에서 발아한 새싹과 처음부터 빛을 받은 새싹은 초록색 떡잎이 눈에 띄었고, 어둠에서 발아했던 케일도 이때는 떡잎의 초록색이 훨씬 뚜렷해져 있었습니다. 다만 줄기와 떡잎 일부에는 아직 자주빛이 남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케일 씨앗을 피트모스, 수경재배기의 빛이 있는 조건, 호일로 빛을 차단한 조건에서 발아시키면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궁금해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세 가지를 나란히 놓고 보니, 제가 가장 강하게 기억하게 된 것은 발아 속도의 차이보다 어둠에서 발아한 케일이 보여준 독특한 색과 그 색이 빠르게 달라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자주색일까?’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날짜별 사진을 다시 보니 어린 케일의 색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실험에서 저는 어둠 속에서 발아한 케일의 떡잎이 자주색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과, 호일을 벗겨 LED 빛을 받은 뒤에는 초록색이 빠르게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사진으로 확인했습니다.

그 작은 변화 덕분에 ‘보석 새싹’은 단순히 예쁜 새싹으로 끝나지 않고, 식물의 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직접 들여다보게 해준 재미있는 기록이 됐습니다.

 

👩🏻‍🌾 오늘의 거실 농부 정리 

🌱 같은 케일 씨앗을 피트모스, 수경재배기에서 LED 빛을 받는 조건, 호일로 빛을 차단한 조건으로 나누어 발아시켜봤습니다.

🌱 호일로 빛을 차단한 곳에서 발아한 케일 가운데 떡잎과 줄기에 자주빛이 강하게 나타난 새싹이 있었습니다.

🌱 자주색에는 안토시아닌이 관련될 수 있지만, 이번 관찰만으로 어둠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 호일과 돔을 벗긴 뒤 LED 빛을 받자 다음 날부터 떡잎 가운데에 초록색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케일의 색이 짧은 시간 안에 달라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