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난 기록에서는 작은 수경재배기에서 점점 커지는 깻잎을 보며 새로운 화분을 준비했습니다.

처음에는 깻잎 씨앗 하나 발아시키는 것도 어려웠는데, 막상 살아남은 깻잎이 자라기 시작하니 이번에는 공간이 부족해졌습니다. 잎은 점점 넓어지고 뿌리는 수조 아래에서 계속 길어졌습니다. 결국 깻잎을 작은 수경재배기에서 독립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25L 화분형 수경재배기를 구입하고, 거실에서 흙 없이 계속 키워보기 위해 하이드로볼을 준비했습니다. 기존 수경재배기에 붙어 있던 LED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으니 스탠드형 식물등도 마련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제 이사였습니다.

그런데 여섯 개의 커다란 화분을 보고 있으니 또 다른 욕심이 생겼습니다.

‘여기에 뭘 키우지?’

딸기를 심어볼까? 방울토마토는 어떨까? 블루베리도 가능할까?

검색을 시작하니 키워보고 싶은 식물은 끝도 없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문득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경재배기는 한 번 사놓으면 끝나는 장식품이 아니었습니다. 식물등을 켜는 전기료도 들고 양액도 계속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키워보고 싶은 것보다 우리 집에서 실제로 먹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을 키우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렇게 거실농장 2호점의 입주자부터 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깻잎 새집, 나머지 화분에는 무엇을 끼울까?

새 수경재배기에는 화분이 여섯 칸 있습니다. 처음에는 화분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뭔가 거대한 식물을 심어야 할 것 같은 묘한 의무감이 들었습니다. 딸기부터 방울토마토, 심지어 블루베리까지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질문을 빼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은 당연히 깻잎이었습니다.

제가 수경재배를 시작한 이유 자체가 깻잎이었으니까요. 말레이시아 이포에서는 제가 평소 장을 보는 곳에서 깻잎을 쉽게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깻잎 몇 장을 사기 위해 다른 도시까지 다녀올 수도 없는 일입니다. 사 먹기 어려운 채소라면 직접 키워 먹는 의미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포기에서 잎 몇 장을 가끔 따는 정도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먹으려면 어느 정도 수확량도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여섯 칸 중 절반인 세 칸을 깻잎 자리로 정했습니다.

두 칸은 케일에 주기로 했습니다.

케일을 선택한 이유는 직접 키운 잎을 수확해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케일도 깻잎처럼 줄기가 위로 쭉 자라는 식물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어린 케일은 깻잎처럼 처음부터 긴 줄기를 만드는 모습과는 조금 다릅니다. 잎을 계속 수확하며 오래 키우면 아래쪽 잎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줄기가 드러나면서 점차 위로 길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케일은 배추과 작물이라 여러 해충의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베란다보다 거실 수경재배 환경에서 직접 상태를 살펴가며 키워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직접 키운다고 무조건 병충해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관리했는지 제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 한 칸의 주인은 조금 뜻밖이었습니다.

페퍼민트였습니다.

처음부터 페퍼민트를 이곳에서 키울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이전에 씨앗 발아가 잘되지 않던 배지를 정리하면서 이런저런 씨앗을 다시 심었는데, 예전에 페퍼민트 씨앗을 심었던 자리를 잊고 그 위에 깻잎 씨앗을 또 심었습니다.

며칠 뒤 기다리던 깻잎과는 조금 다른 모양의 작은 잎이 올라왔습니다.

잊고 있었던 페퍼민트였습니다.

마침 저는 물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편이라 페퍼민트를 키우면 직접 잎을 따 차로 마셔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피를 완전히 끊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가끔 한 잔 정도 페퍼민트차로 바꿔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거실농장 2호점의 여섯 자리가 정해졌습니다.

구하기 어려워 직접 키우는 깻잎 3칸, 직접 수확해 먹어보고 싶은 케일 2칸, 우연히 찾아온 페퍼민트 1칸.

처음에는 ‘무엇을 키우면 재미있을까?’를 고민했는데 결국 선택 기준은 ‘우리 집에서 실제로 먹고 사용할 것인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가장 먼저 새집으로 이사할 주인공은 깻잎 1호와 2호였습니다.

 

깻잎 이식, 1호와 2호의 뿌리가 이렇게 달랐습니다

깻잎 1호와 2호를 기존 수경재배기에서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위에서 볼 때도 두 깻잎의 크기 차이는 꽤 컸습니다. 1호는 잎이 넓게 퍼지면서 작은 수경재배기의 한쪽을 거의 차지하고 있었고, 2호는 같은 시기에 키우기 시작했는데도 아직 훨씬 작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꺼내보니 잎보다 뿌리 차이가 더 눈에 띄었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 꺼낸 깻잎 1호와 2호의 잎 크기와 뿌리 길이 비교
같은 날 키우기 시작했지만 크기와 뿌리가 달랐던 깻잎 1호와 2호

사진 왼쪽의 1호는 잎도 크지만 포트 아래로 나온 뿌리가 상당히 길고 풍성했습니다. 작은 수경재배기 위에서 잎만 보고 있을 때는 아래에서 뿌리가 이 정도로 자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2호는 잎도 작았고 뿌리 역시 1호보다 훨씬 가늘고 짧았습니다.

같은 날 심고 같은 수경재배기에서 키웠는데도 성장 속도가 이렇게 달랐습니다. 물도 같고 조명도 같은 기기에서 받았으니 비슷하게 자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키워보니 개체마다 차이가 꽤 컸습니다.

1호의 뿌리를 보니 새 화분을 준비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잎이 커져 옆 식물의 공간을 침범하는 것만 보고 ‘깻잎이 너무 커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식물의 위쪽이 커지는 동안 수조 안에서는 뿌리도 함께 자라고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잎의 공간만이 아니라 뿌리가 자랄 공간도 생각해야 했던 것입니다.

이제 문제는 이 긴 뿌리를 어떻게 옮기느냐였습니다.

뿌리가 포트 아래로 길게 내려와 있어 한 번에 힘으로 잡아당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가능한 한 뿌리를 다치지 않게 꺼내려고 포트와 배지 주변을 살펴가며 천천히 분리했습니다. 가느다란 잔뿌리까지 하나도 손상시키지 않고 옮기는 것은 어려웠지만, 적어도 긴 뿌리가 한꺼번에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했습니다.

2호는 1호보다 뿌리가 짧아 상대적으로 쉽게 옮길 수 있었습니다.

처음 깻잎을 키우기 시작했을 때는 발아가 되느냐 마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어렵게 싹이 나오면 씨앗이 물러질까 걱정했고, 떡잎이 나오면 이번에는 제대로 살아남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랬던 깻잎 1호가 이제는 뿌리가 너무 길어 끊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이사를 시켜야 할 만큼 자랐습니다.

직접 키우지 않았다면 별것 아닌 변화일 수도 있지만, 발아부터 계속 지켜본 제게는 꽤 신기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이드로볼 새집, 깻잎 1호와 2호를 옮겼습니다

기존 수경재배기에서 무사히 꺼낸 깻잎 1호와 2호를 지난번 준비해 둔 하이드로볼 화분으로 옮겼습니다.

하이드로볼 사이에 자리를 만들고 길게 내려온 뿌리를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아래쪽으로 넣었습니다. 그다음 줄기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주변을 하이드로볼로 채워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하이드로볼을 씻어 화분에 채울 때만 해도 그저 ‘이제 준비가 거의 끝났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깻잎을 가운데 넣어보니 빈 화분일 때와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1호를 먼저 옮기고 2호도 옆 화분에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하이드로볼을 채운 화분형 수경재배기에 이식한 깻잎 1호와 2호
하이드로볼 화분으로 이사를 마친 깻잎 1호와 2호

사진을 보면 앞쪽의 1호와 뒤쪽의 2호가 같은 깻잎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기 차이가 납니다.

1호는 넓은 잎이 화분 밖으로 늘어질 만큼 커졌지만 2호는 새 화분에 들어가고도 주변 공간이 한참 남았습니다. 기존 수경재배기에서는 여러 식물이 가까이 붙어 있어 잘 느끼지 못했는데, 각각 독립된 화분에 옮겨놓으니 두 개체의 성장 차이가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그래도 이제 두 깻잎 모두 각자의 공간을 갖게 됐습니다.

새로운 식물등도 켜주었습니다.

화분을 구입하고, 하이드로볼을 씻고, 별도의 식물등까지 마련했던 지난 준비 과정이 실제 깻잎 두 포기가 들어가면서 비로소 완성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을 ‘거실농장 2호점’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어디까지나 이식 첫날입니다.

새 화분으로 옮겼다고 해서 깻잎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기존 수경재배기와 새 화분은 뿌리가 놓이는 환경도 다르고, 사용하는 조명도 달라졌습니다. 옮기는 과정에서 뿌리가 어느 정도 자극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수경재배로 자란 식물도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 일시적으로 잎이 처지거나 성장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 바로 결과를 판단하기보다는 앞으로 며칠 동안 잎이 어떻게 변하는지, 새로운 잎이 계속 나오는지 등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특히 1호와 2호의 크기 차이가 워낙 컸기 때문에 두 깻잎이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다르게 자라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작은 수경재배기에서 나란히 시작했던 두 깻잎이 이제는 각자의 화분을 갖게 됐습니다.

처음 깻잎 씨앗 몇 알을 받아 들었을 때는 이렇게 큰 화분을 따로 마련해 이사까지 시키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발아가 되지 않아 기다리고, 씨앗이 물러져 다시 심고, 배지를 바꾸고, 겨우 살아남은 깻잎이 자라면서 이번에는 공간이 부족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 깻잎 1호와 2호가 하이드로볼 새집에서 첫날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비어 있는 네 개의 화분도 곧 하나씩 채워질 예정입니다.

 

🌱 거실농장 2호점 입주 계획

자리 작물 선택한 이유
3칸 깻잎 이포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워 직접 키워 먹기 위해
2칸 케일 직접 키운 잎을 수확해 먹어보기 위해
1칸 페퍼민트 우연히 발아한 페퍼민트를 차로 활용해보기 위해

※ 이날 먼저 이사를 마친 것은 깻잎 1호와 2호입니다. 나머지 화분은 아직 비어 있으며 깻잎 3호와 케일, 페퍼민트는 이후 차례로 옮길 예정입니다.

 

👩🏻‍🌾 거실농부의 기록

🌱 새 화분 여섯 칸을 보면서 처음에는 딸기, 방울토마토 등 이것저것 키워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전기와 양액을 사용하면서 계속 관리할 공간인 만큼 결국 우리 가족이 실제로 먹고 사용할 작물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 깻잎 1호와 2호를 꺼내보니 같은 시기에 같은 수경재배기에서 키웠는데도 잎뿐 아니라 뿌리의 크기까지 상당히 달랐습니다. 특히 1호의 뿌리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길게 자라 있었습니다.

🌱 하이드로볼을 채워둔 새 화분에 1호와 2호를 옮겼습니다. 아직 이식 첫날이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하는지 지켜보려고 합니다.

🌱 빈 화분에 깻잎이 들어가고 식물등까지 켜지니 드디어 거실농장 2호점이 시작된 느낌입니다. 이제 남은 자리에도 깻잎 3호와 케일, 페퍼민트가 차례로 입주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