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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발아에 몇 번이나 실패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포에 사는 지인 동생이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제가 키우고 있는 식물들을 보며 말했습니다.
“상추랑 고수는 키우기 쉽대. 씨만 뿌려놓으면 잘 자란다던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오기가 생겼습니다.
‘남들은 씨만 뿌려도 잘 자란다는데 왜 나는 안 되는 거지?’
당시 저는 상추와 고수 발아를 계속 실패하고 있었습니다.
물을 너무 많이 준 건지, 수경재배 배지가 문제인지, 온도가 맞지 않는 건지 하나씩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고수 발아 방법을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고수 씨앗처럼 보이는 둥근 알을 살짝 나눠서 심기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씨앗을 왜 쪼개서 심지?’
처음에는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아보다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고수 씨앗’이라고 부르며 심었던 둥근 알갱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씨앗 한 알과는 구조가 달랐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제가 직접 심어놓은 고수가 그 구조를 눈앞에서 보여주었습니다.
고수 씨앗의 정체, 둥근 한 알이 사실은 열매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고수 씨앗이라고 부르는 둥근 갈색 알갱이를 보면 씨앗 하나처럼 보입니다.
저 역시 아무 의심 없이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식물학적으로 보면 이 둥근 구조는 단순한 씨앗 한 알이 아니라 고수의 열매입니다.
고수(Coriandrum sativum)는 미나리과(Apiaceae) 식물입니다. 고수의 열매는 성숙하면서 두 개의 분과(mericarp)로 나뉠 수 있는 분열과(schizocarp) 구조이며, 각각의 분과에는 씨가 하나씩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동그란 한 알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두 부분이 함께 들어 있는 셈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제가 가지고 있던 고수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늘 보던 똑같은 고수였는데 갑자기 전혀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반으로 나눌 수 있었구나.’
우리가 일상에서는 편하게 ‘고수 씨앗’이라고 부르지만, 씨앗을 판매하는 곳에서 seed라고 부르는 것과 식물학적으로 정확한 구조가 항상 같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수를 키우면서 저는 처음으로 그 차이를 알게 됐습니다.
고수 씨앗을 반으로 쪼개 심으라는 이유는 뭘까?
고수 발아 방법을 찾아보면 둥근 고수 열매를 그대로 심는 방법도 있고, 가볍게 두 부분으로 나눈 뒤 심는 방법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수의 실제 씨를 칼로 반 토막 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둥근 열매를 구성하는 두 개의 분과를 서로 분리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두 부분으로 나눠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깨뜨려도 정말 싹이 날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구조를 알고 나니 이해가 됐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한 가지 조심해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수는 반드시 반으로 나눠야만 발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통째로 심어도 발아합니다.
실제로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제가 반으로 나눈 고수를 새로 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오래전에 통째로 심어놓고 발아를 포기하고 있던 고수에서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포기했던 고수에서 10일 만에 싹이 올라왔습니다
저는 고수를 이미 여러 번 심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처럼 쉽게 발아하지 않았습니다.
기다려도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으니
‘이번에도 실패했나 보다.’
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 알게 된 방법대로 고수 열매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다시 심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새로 나눠 심은 고수가 아니라, 그보다 먼저 통째로 심어놓았던 고수에서 싹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가 관찰한 고수는 파종 후 약 10일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한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싹이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두 개가 나란히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신기했습니다.
‘왜 한 알을 심었는데 두 개가 나오지?’
고수 열매의 구조를 모르고 있었다면 씨앗 하나에서 줄기가 두 개 나온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고수의 둥근 열매가 두 개의 분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나니 제가 보고 있는 모습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통째로 심었던 하나의 열매에서 두 개가 발아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마치 형제가 나란히 흙 위로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고수 열매 하나를 심었다고 항상 두 포기가 올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두 부분 모두 발아할 수도 있고 하나만 발아할 수도 있으며, 발아 여부는 종자의 상태와 재배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제 화분에서는 실제로 두 새싹이 함께 올라왔습니다.
책에서 구조를 먼저 알고 사진을 본 것이 아니라, 제가 키우던 고수에서 실제 모습을 확인하니 훨씬 기억에 남았습니다.
고수를 반으로 나눌 때, 씨까지 부수면 안 됩니다
고수의 둥근 열매를 나눠 심어보고 싶다면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세게 으깨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제가 해본 것은 손가락으로 살짝 힘을 주어 열매가 자연스럽게 두 부분으로 나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열매 자체를 산산이 부수거나 내부까지 짓이길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칼로 가운데를 잘라 실제 씨까지 손상시키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씨앗을 반으로 자른다’가 아니라 ‘붙어 있는 두 부분을 나눈다’
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리고 나누지 않고 통째로 심었다고 해서 잘못 심은 것도 아닙니다.
제 고수도 통째로 심은 열매에서 결국 발아했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 일을 겪으면서 고수 발아에서 또 하나를 배웠습니다.
며칠 동안 싹이 보이지 않는다고 너무 빨리 실패라고 판단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심은 고수는 약 10일을 기다린 뒤에야 올라왔으니까요.
고수가 열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설마 근대도 씨앗 한 알이 아닌가?’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제가 씨앗 한 알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실제 구조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근대 씨앗 한 알에서 왜 여러 싹이 나올까?
근대(Beta vulgaris Cicla Group)는 비트와 같은 종에 속합니다.
근대나 비트에서 우리가 흔히 씨앗 한 알이라고 생각하고 파종하는 울퉁불퉁한 구조는 흔히 seedball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여러 꽃에서 만들어진 열매가 서로 붙어 형성된 구조라 내부에 여러 개의 씨가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대의 ‘씨앗’ 하나를 심었는데 한 곳에서 두 개 이상 싹이 올라오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도 실제로 보았습니다.
근대 한 알을 심은 자리에서 두 개의 새싹이 함께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고수에서 두 개가 올라왔을 때도 신기했는데 근대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니 더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수와 근대가 완전히 똑같은 구조인 것은 아닙니다.
고수는 하나의 열매가 성숙하면서 두 개의 분과로 나뉘는 구조이고, 근대에서 흔히 파종하는 seedball은 여러 꽃에서 유래한 열매가 뭉친 구조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둘 다
‘한 알을 심었는데 왜 여러 개가 나오지?’
라는 같은 궁금증을 만들지만 그 안의 구조는 서로 다른 것입니다.
고수는 나누기도 하는데 근대는 왜 그냥 심을까?
여기까지 알고 나니 또 하나 궁금해졌습니다.
고수는 두 부분으로 나눠 심는 방법이 있는데 왜 근대는 울퉁불퉁한 한 알을 그대로 심는 걸까요?
둘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고수는 열매가 두 개의 분과로 나뉠 수 있는 구조라 두 부분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분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근대의 일반적인 seedball은 여러 열매가 단단하게 붙어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초보자가 손으로 억지로 쪼개려고 하면 내부에 들어 있는 씨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근대는 보통 그 상태 그대로 파종하고, 한 자리에서 여러 모종이 올라오면 자라는 모습을 본 뒤 필요에 따라 솎아주는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한 알 심었으니 하나가 나오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개가 올라오는 것을 직접 보고 나서야 씨앗 봉투 속 울퉁불퉁한 한 알의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근대 한 알에서 여러 개가 발아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근대를 처음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 자리에서 여러 싹이 올라왔을 때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씨앗을 너무 많이 넣었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근대 seedball을 한 알만 심었다면 여러 모종이 나오는 것 자체는 이상한 현상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여러 포기가 아주 가까이 붙은 채 계속 커지면 빛과 공간을 두고 경쟁하게 됩니다.
잎을 수확할 목적으로 어느 정도 촘촘하게 키울 수도 있지만, 한 포기씩 크게 키우고 싶다면 상태를 보면서 튼튼한 모종을 남기고 솎아주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수경재배나 작은 화분에서 키우는 경우에는 공간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특히 여러 포기를 그대로 둘지, 나눌지, 솎을지를 일찍 판단하는 것이 관리하기 편합니다.
그러니까 근대 한 알에서 두세 개가 올라왔다고
‘이상하게 발아했네.’
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근대가 원래 어떤 형태의 것을 ‘씨앗’으로 판매하는지 알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모습이었습니다.
고수와 근대, 둘 다 ‘씨앗’이라 부르지만 구조는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고수 발아에 계속 실패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왜 안 나오는지 궁금해서 발아법을 찾아봤고,
“고수 씨앗을 나눠 심어보세요.”
라는 설명 하나 때문에 고수의 구조까지 찾아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근대로 이어졌습니다.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 비교 | 고수 | 근대 |
| 우리가 흔히 부르는 이름 | 고수 씨앗 | 근대 씨앗 |
| 실제 파종하는 구조 | 열매 | 종자구(seedball) |
| 특징 | 두 개의 분과로 나뉠 수 있음 | 여러 꽃에서 유래한 열매가 뭉쳐 있음 |
| 안의 씨 | 각 분과에 하나씩 | 여러 개가 들어 있을 수 있음 |
| 한 알에서 여러 싹 | 가능 | 가능 |
| 나눠서 파종 | 두 분과로 조심스럽게 나눠 심기도 함 | 일반적으로 그대로 파종 |
| 여러 싹이 나오면 | 그대로 키우거나 필요에 따라 정리 | 재배 간격에 따라 솎아줄 수 있음 |
※ 우리가 일상적으로 ‘씨앗’이라고 부르는 것은 파종용으로 판매되는 단위를 편하게 부르는 표현일 수 있습니다. 식물학적으로는 실제 씨(seed)뿐 아니라 열매나 여러 열매가 결합한 구조가 그대로 파종 재료가 되는 식물도 있습니다.
씨앗 하나를 심었을 뿐인데 배울 것이 계속 생깁니다
수경재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런 것까지 알아보게 될 줄 몰랐습니다.
물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양액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LED 조명은 얼마나 비춰야 하는지.
그런 것들만 배우면 식물을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키워보니 궁금증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계속 생겼습니다.
고수는 왜 이렇게 발아하지 않을까?
왜 한 알을 심었는데 두 개가 올라오지?
근대 씨앗은 왜 이렇게 울퉁불퉁하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질문 하나를 따라가다 보니 제가 매일 ‘씨앗’이라고 부르던 것조차 식물마다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그 내용을 책이나 사진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가 통째로 심었던 고수에서 두 개의 새싹이 올라왔고,
제가 한 알이라고 생각하며 심었던 근대에서도 두 개의 새싹이 올라왔습니다.
처음에는 우연히 생긴 이상한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다시 바라보니 전혀 다르게 보였습니다.
식물을 키우다 보면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작이 되기도 하나 봅니다.
고수 발아에 계속 성공했다면 저는 아마 고수 씨앗의 정체를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발아에 실패한 덕분에 씨앗보다 먼저 씨앗의 정체를 알게 됐습니다.
👩🏻🌾 거실농부의 기록
🌱 고수는 통째로 심어도 발아했고, 제가 키운 고수는 약 10일 뒤 두 새싹이 함께 올라왔습니다.
🌱 고수의 둥근 한 알은 열매이고, 근대의 울퉁불퉁한 한 알도 단순한 씨앗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 한 알에서 여러 싹이 나온 이유를 직접 키우면서 알게 됐습니다.
📚 참고한 자료
1. Royal Botanic Gardens, Kew – Plants of the World Online
Coriandrum sativum L.
고수의 학명과 미나리과(Apiaceae) 분류 등 기본적인 식물학적 정보를 확인하는 데 참고했습니다.
2. University of Illinois – Systematics of Plants
고수(Coriandrum sativum)의 열매가 두 개의 분과(mericarp)로 이루어진 분열과(schizocarp) 구조라는 내용을 확인하는 데 참고했습니다.
3. Oregon State University Extension – Reproductive Plant Parts
씨(seed)와 열매(fruit)를 비롯한 식물의 생식 구조에 관한 기본적인 식물학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4. Oregon State University – Beets and Chard
근대와 비트에서 파종하는 seedball이 여러 개의 모종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특성을 확인하는 데 참고했습니다.
5. Oklahoma State University Extension – Vegetables: Beets
비트류에서 흔히 ‘씨앗’이라고 부르는 파종 단위가 여러 개의 단일 종자 열매가 모여 만들어진 seedball 또는 multiple fruit이며, 한 알에서 여러 모종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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