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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는 정말 씨앗만 뿌려두면 잘 자라는 허브일까요?
지금 베란다에 자라고 있는 고수들을 보면 저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고수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허브입니다. 그래서 거실에서 수경재배를 시작하기 전, 맛보기처럼 몇 가지 씨앗을 심어봤을 때도 고수가 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발아하지 않았습니다.
수경재배기를 들인 뒤에는 다시 도전했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키워서 필요할 때마다 직접 수확해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또 실패했습니다. 방법을 바꿔 다시 한번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고수는 제가 심어본 식물 가운데 유난히 싹을 보기 어려운 식물이 됐습니다.
그러다 베란다에 작은 텃밭이 생겼습니다. 수경재배에서 잘되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흙에 직접 심어보자는 생각으로 고수를 다시 파종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안 되는 건가?’
조금씩 포기하고 있을 때 우리 집에 놀러 온 지인이 베란다를 보며 말했습니다.
“고수는 키우기 쉽대. 그냥 씨만 뿌려놔도 잘 자란다던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오기가 생겼습니다.
‘남들은 뿌려만 놔도 자란다는데 왜 우리 집 고수만 안 자라지?’
그리고 그때부터 고수 발아 방법을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번 실패했던 고수가 지금은 베란다 텃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고수 발아를 세 번 실패했습니다|이번에는 베란다 흙에 다시 심었습니다
처음 고수를 심었을 때는 발아가 이렇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고수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직접 키워서 필요할 때마다 잘라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수경재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시험 삼아 심었던 고수 씨앗에서는 결국 싹을 보지 못했습니다.
수경재배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뒤에는 다시 도전했습니다. 물과 빛을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으니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기다려도 싹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제가 기대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다른 식물에서는 떡잎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는데 고수를 심어놓은 자리만 조용했습니다.
그렇게 발아 실패가 세 번쯤 반복되니 저에게 고수는 어느새 ‘발아가 잘 안 되는 식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거실 수경재배와 별도로 베란다에 흙을 이용한 작은 텃밭이 생겼습니다. 수경에서 잘되지 않았다면 흙에서는 어떻게 될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적상추와 로메인, 부추 같은 씨앗을 심으면서 고수도 함께 다시 심었습니다.
이번에는 수경재배기의 스펀지나 배지가 아니라 흙이었습니다.
그래도 처음 며칠 동안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매일 화분을 들여다봐도 고수를 심은 자리에는 흙만 보였습니다. 이미 몇 번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또 실패했구나’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바로 그 무렵 집에 놀러 온 지인이 제가 키우고 있는 식물들을 보다가 고수 이야기를 했습니다.
“고수는 그냥 씨만 뿌려놔도 잘 자란다던데?”
그 말을 듣고 웃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조금 억울했습니다.
나는 벌써 몇 번이나 심었는데 왜 한 번도 제대로 발아하지 않은 걸까?
그래서 이번에는 실패했다고 끝내지 않고 고수 발아 방법부터 다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가 그동안 ‘고수 씨앗’이라고 부르던 동그란 알갱이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고수 씨앗인 줄 알았는데 열매였습니다|반으로 갈라 다시 심어봤습니다
고수 발아 방법을 다시 찾아보다가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그동안 씨앗이라고 생각했던 동그란 알갱이가 식물학적으로는 하나의 열매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고수 씨앗이라고 부르는 둥근 열매 안에는 씨가 들어 있습니다.
저에게는 꽤 재미있는 발견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그 동그란 것을 하나의 씨앗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심었습니다. 그런데 열매라는 것을 알고 나니 왜 반으로 나누어 파종하는 방법이 있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미 심어놓은 고수는 그대로 두고, 남아 있던 고수 열매 일부를 조심스럽게 반으로 나눠 다시 심어보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은 따로 기록해 「고수 씨앗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열매였습니다」라는 글에도 정리했습니다.
이번에는 반으로 나눈 고수를 심었으니 조금 다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반으로 나눈 열매를 심고 겨우 하루 정도가 지났을 때였습니다. 새로 심은 자리만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먼저 심어놓고 이미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자리에서 작은 초록색 싹이 하나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잡초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나가 올라오고 조금 뒤 또 다른 곳에서도 싹이 보였습니다.
먼저 심었던 고수가 이제야 발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이었습니다.
먼저 심었던 고수만 발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나중에 반으로 나누어 심었던 고수에서도 뒤이어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열매째 심은 것도 발아했고, 반으로 나누어 심은 것도 발아했습니다.
저는 반으로 나눈 것이 발아의 결정적인 해결책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먼저 심었던 고수에게 필요했던 것은 어쩌면 방법을 바꾸는 것보다 조금 더 기다리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실패한 줄 알았던 고수를 조금 더 기다렸더니|어느새 베란다가 고수밭이 됐습니다
고수가 하나둘 발아하기 시작한 뒤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싹 하나를 찾는 것도 어려워 매일 흙만 들여다봤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화분 여기저기에서 고수 새싹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 열매째 심어놓았던 곳에서도 올라왔고, 나중에 반으로 나누어 심은 자리에서도 새싹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안 나오던 고수가 갑자기 한꺼번에 몰려나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고수는 파종 조건에 따라 발아까지 걸리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온도와 수분, 씨앗의 상태 등에 따라 발아 시기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처음 예상했던 시기에 싹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실패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글로 먼저 배운 것이 아니라 이번에 직접 기다리면서 알게 됐습니다.
특히 같은 화분 안에서도 모든 고수가 동시에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어떤 것은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며칠 뒤 다른 자리에서 새로운 싹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제가 이전에 했던 발아 시도 가운데 일부도 너무 빨리 실패라고 판단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당시에는 수경재배 환경이나 수분 관리 등 다른 조건도 달랐기 때문에 이번 경험만으로 이전 실패의 원인을 기다림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또 이번 결과만 가지고 열매째 심는 것과 반으로 나누어 심는 것 중 어느 방법이 더 좋다고 결론 내리기도 어렵습니다. 정확하게 비교하려면 같은 조건에서 같은 수량을 심고 발아까지 걸린 시간과 발아 개수를 따로 기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번에 직접 확인한 것은 훨씬 단순합니다.
열매째 심은 고수도 발아했습니다.
반으로 나누어 심은 고수도 발아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시점보다 늦게 올라온 고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나둘 올라온 고수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베란다의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허니듀와 여러 채소를 조금씩 심어놓은 텃밭이었는데, 어느 순간 고수가 차지하는 면적이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몇 번이나 발아에 실패했던 식물이 이제는 우리 집 베란다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식물 중 하나가 됐습니다.
그래서 볼 때마다 조금 웃깁니다.
그렇게 안 나오던 고수가 결국 정말 고수밭을 만들어버렸습니다.
처음 나온 고수 본잎은 꽃 같았습니다|실패하던 식물이 가장 기다려지는 식물이 됐습니다
고수가 많이 발아한 것도 신기했지만 제가 유난히 기억하는 순간은 따로 있습니다. 고수에서 처음으로 본잎이 올라오는 모습을 봤을 때였습니다.
고수의 떡잎만 보고 있을 때는 다른 새싹들과 크게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길쭉하고 동글동글한 떡잎 사이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사이에서 이전과 전혀 다른 모양의 작은 잎 하나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은 엉뚱하게도 이것이었습니다.
‘꽃 같다.’
어린아이에게 꽃을 하나 그려보라고 하면 그릴 것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작은 잎이 갈라져 펼쳐지는 모습이 제가 알고 있던 다 자란 고수의 잎과도 달랐고, 동글동글한 떡잎 사이에 있으니 더 꽃처럼 보였습니다.


처음부터 쉽게 발아했다면 이런 작은 변화까지 이렇게 유심히 보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고수 싹 하나를 보기 위해 여러 번 기다렸고, 몇 번은 실패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막상 발아가 시작된 뒤에는 새싹 하나가 늘어나는 것도 눈에 들어왔고 떡잎 사이에서 본잎 하나가 나오는 모습도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고수를 못 키우는 줄 알았습니다.
수경재배에서도 여러 번 실패했고, 베란다 흙에 다시 심고도 한동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고수를 조금 더 기다려보니 싹이 올라왔고, 뒤늦게 반으로 나누어 심은 고수까지 함께 발아했습니다. 그 작은 새싹들이 자라면서 어느새 베란다 한쪽은 정말 고수밭처럼 변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고수를 보면 처음 지인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고수는 그냥 씨만 뿌려놔도 잘 자란다던데?”
결국 우리 집에서도 자라기는 했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뿌려두는 것’ 뒤에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하나 더 필요했습니다.
👩🏻🌾 거실농부의 기록
🌱 수경재배에서 여러 번 실패했던 고수를 베란다 흙에서 다시 키워봤습니다.
🌱 열매째 심은 고수와 반으로 나누어 심은 고수 모두 발아했습니다.
🌱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고수도 조금 더 기다리자 뒤늦게 싹을 틔웠습니다.
🌱 그렇게 하나둘 올라온 고수가 자라면서 어느새 베란다 한쪽이 작은 고수밭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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