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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우리 집 농장은 거실에 있었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 깻잎도 키우고, 청경채와 케일도 키우고, 페퍼민트도 키웠습니다. 수경재배기가 한 대에서 두 대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제가 생각하는 ‘거실 농장’의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베란다를 보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여기도 어느새 텃밭이 됐네?’
처음부터 베란다에 텃밭을 만들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큰 화분을 여러 개 준비한 것도 아니었고, 무엇을 어디에 심을지 계획표를 만든 것도 아니었습니다.
시작은 케일 씨앗을 주문하면서 서비스로 따라온 허니듀 씨앗 하나였습니다.
사실 저는 그 씨앗을 심을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딸이 심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별생각 없이 시작한 허니듀가 정말 발아해 버렸습니다.
싹이 나오니 그냥 버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허니듀를 옮겨심기 위해 화분 하나를 준비했고, 그 화분의 빈자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일이 조금씩 커졌습니다.
허니듀 하나로 시작한 화분에 케일과 청경채가 들어오고, 상추와 부추와 고수 씨앗이 들어오고, 예전에 실패했던 파까지 다시 심게 됐습니다.
그렇게 계획에 없던 새로운 재배 공간, 베란다 텃밭이 생겼습니다.
서비스로 받은 허니듀 씨앗 하나|베란다 텃밭의 시작이 됐습니다
베란다 텃밭의 시작은 허니듀였습니다.
케일 씨앗을 주문했을 때 서비스로 허니듀 씨앗을 받았습니다. 제가 직접 골라서 산 씨앗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당시에도 이미 수경재배기에서 여러 식물을 키우고 있었고 새롭게 덩굴성 열매채소까지 키울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딸이 허니듀를 심고 싶다고 하더니 직접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시작한 허니듀가 정말 발아했습니다.
문제라면 문제는 씨앗이 정말 발아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싹이 올라온 이상 이제는 제대로 키워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허니듀는 제가 수경재배기에서 주로 키우던 깻잎이나 청경채 같은 잎채소와는 달랐습니다. 줄기가 길게 뻗어나가는 덩굴식물이고, 제대로 자라면 제가 사용하던 작은 수경재배기 안에서 계속 키우기에는 공간도 부족해질 것 같았습니다.
결국 흙으로 옮겨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베란다에 화분을 하나 마련했습니다.
여기까지였으면 그냥 ‘허니듀 화분’ 하나가 생긴 것으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막상 허니듀를 심고 보니 화분에 빈 공간이 보였습니다.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뒤로 저는 이상하게 빈 흙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여기 그냥 비워두기는 아까운데?’
마침 옮겨보고 싶은 식물들도 있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허니듀 화분은 허니듀만을 위한 화분이 아니게 됐습니다.
수경재배기와 성장 배틀에서 진 케일과 청경채|이번에는 흙으로 옮겼습니다
허니듀 화분의 빈자리를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피트모스에서 자라고 있던 케일과 청경채였습니다.
이 아이들은 예전에 수경재배기에서 키우던 케일과 청경채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 차이가 꽤 크게 벌어졌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잎이 빠르게 커지는 반면 피트모스에서 자라던 케일과 청경채는 훨씬 천천히 자랐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야말로 ‘수경재배기와의 성장 배틀에서 처참하게 진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상태가 나빠 죽어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느리기는 해도 살아 있었고 조금씩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버리기가 더 아까웠습니다.
‘얘들도 흙으로 옮겨보면 어떨까?’
마침 허니듀 때문에 만들어 놓은 화분에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케일과 청경채도 함께 옮겨 심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때부터 화분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허니듀 한 포기를 키우려고 만든 화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케일 한 줄, 청경채 한 줄이 생기면서 작은 텃밭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화분을 보고 있으니 아직도 빈자리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적상추·로메인·부추·고수까지|실패했던 씨앗들을 다시 심었습니다
케일과 청경채를 옮겨 심고 나니 화분의 한쪽에는 아직 흙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자 또 생각이 났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 발아를 시도했다가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던 씨앗들이었습니다.
적상추, 로메인 상추, 부추, 고수.
수경재배를 시작하면서 저는 씨앗을 스펀지나 배지에서 발아시키려고 여러 번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처럼 모든 씨앗이 쉽게 발아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것은 아예 싹이 나오지 않았고, 어떤 것은 발아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때는 ‘내가 씨앗 발아를 정말 못하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베란다에 흙이 생기자 다시 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수경에서 안 됐다면 이번에는 흙에서는 어떨까?
그래서 남아 있는 공간에 적상추와 로메인, 부추와 고수를 한 줄씩 나눠 심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재미있는 공간이 됐습니다.
한쪽에는 이미 발아해서 옮겨온 허니듀가 있고, 다른 쪽에는 피트모스에서 자라다 이사 온 케일과 청경채가 있고, 또 다른 쪽 흙 아래에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씨앗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같은 화분인데 출발점이 전부 달랐습니다.
누가 먼저 적응할지, 어떤 씨앗이 가장 먼저 올라올지 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원래는 허니듀 하나를 심으려고 만든 화분이었는데 어느새 제가 전에 실패했던 식물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화분이 되어 있었습니다.
실패했던 파테크까지 다시 시작|화분 하나가 정말 텃밭이 됐습니다
베란다 텃밭에 들어온 식물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파도 있었습니다.
예전에 페트병을 이용해 파를 키워본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유튜브에서 본 페트병 파테크는 간단해 보였는데... 말레이시아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파테크는 다시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흙으로 식물을 하나둘 옮기다 보니 파도 다시 한번 키워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번에는 페트병이 아니라 흙이었습니다.

이쯤 되니 더 이상 ‘화분 하나’라고 부르기가 어려웠습니다.
허니듀 때문에 시작한 공간에 케일과 청경채가 들어오고, 적상추와 로메인, 부추와 고수 씨앗을 심고, 파까지 자리 잡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베란다 한쪽이 작은 텃밭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이미 거실에 수경재배기 1호와 2호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베란다에도 흙으로 식물을 키우는 새로운 공간이 생겼습니다.
바로 베란다 텃밭입니다.
처음부터 만들려고 했던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 저는 오히려 재미있었습니다.
깻잎을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수경재배가 시작됐고, 수경재배를 하다 보니 여러 씨앗을 발아시키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공한 식물도 있었고 실패한 식물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서비스로 받은 허니듀 씨앗 하나가 발아하면서 결국 흙을 담은 화분까지 베란다에 들어왔습니다.
하나를 키우다 보니 다음 식물이 궁금해지고, 실패하면 다른 방법으로 한 번 더 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 과정이 쌓여서 계획에도 없던 텃밭 하나가 만들어졌습니다.
거실 농장에서 베란다 텃밭까지|식물을 키우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처음 거실에서 수경재배를 시작했을 때 제 관심은 주로 ‘잘 키울 수 있을까?’에 있었습니다.
씨앗이 발아하면 신기했고, 본잎이 나오면 기뻤고, 잎을 수확할 만큼 자라면 성공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식물을 키우다 보니 관심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같은 씨앗인데 왜 여기에서는 빨리 자라고 저기에서는 천천히 자라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수경에서 발아하지 않은 씨앗을 흙에 심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했고, 잘 자라지 않는 식물을 다른 환경으로 옮기면 달라지는지도 보고 싶었습니다.
베란다 텃밭은 그런 궁금증들이 모여 만들어진 공간이었습니다.
거창한 텃밭도 아닙니다. 처음부터 재배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닙니다. 허니듀 하나를 심으려고 만든 화분에 이런저런 식물이 하나씩 들어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그게 꽤 의미 있는 변화였습니다.
거실의 수경재배기에서는 물과 영양액, 식물등 아래에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베란다에서는 흙에 심은 식물들이 바깥의 밝기와 온도, 바람 같은 환경을 만나며 자랍니다.
같은 집인데도 조건이 다릅니다.
그래서 이제 베란다에 있는 식물을 볼 때도 단순히 ‘잘 자란다, 안 자란다’만 보게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수경에서 잘 안 됐던 씨앗이 흙에서는 어떻게 되는지, 피트모스에서 천천히 자라던 식물이 옮겨 심은 뒤에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처음 키워보는 허니듀는 어디까지 자라는지.
처음에는 식물이 늘어나는 줄만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제가 관찰할 것도 함께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계획에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생긴 베란다 텃밭이 꽤 마음에 듭니다.
👩🏻🌾 거실농부의 기록
🌱 서비스로 받은 허니듀 씨앗 하나가 베란다 텃밭의 시작이 됐습니다.
🌱 피트모스에서 천천히 자라던 케일과 청경채를 흙으로 옮기고, 수경에서 실패했던 씨앗들도 다시 심었습니다.
🌱 실패했던 파테크까지 다시 시작하면서 화분 하나가 어느새 작은 베란다 텃밭이 됐습니다.
🌱 계획해서 만든 공간은 아니지만, 거실 수경재배와는 또 다른 식물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재배 공간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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