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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페퍼민트를 순지르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모양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줄기가 너무 길어졌다 싶으면 적당한 가운데를 가위로 싹둑 잘랐습니다. 잘라낸 뒤 다시 자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페퍼민트를 화병에 꽂아 예쁘게 키워보고 싶었습니다. 아무 데나 잘라 줄기가 울퉁불퉁해지는 것보다는, 가능하면 모양을 생각하면서 제대로 순지르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순지르기’라는 말은 여러 번 들어봤고, ‘마디’라는 말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페퍼민트 줄기를 들여다보며 가위를 대려고 하니 갑자기 헷갈렸습니다.
마디에서 자르라는 건 정확히 어디를 자르라는 걸까?
마디 위일까, 마디 아래일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말이 실제 식물 앞에서는 생각보다 모호했습니다.

순지르기는 알았는데, 막상 가위를 들면 어디를 잘라야 할까?
순지르기는 식물의 줄기 끝에 있는 생장점을 잘라 위로만 길게 자라는 것을 줄이고 옆으로 가지가 나오도록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저도 이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페퍼민트를 키울 때도 줄기가 길어지면 적당한 위치를 그냥 잘랐습니다. 페퍼민트는 생명력이 강한 편이라 그렇게 잘라도 다시 곁순이 나오고 줄기가 자랐기 때문에 그동안은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병에서 키우는 페퍼민트였습니다. 수경재배기 안에서 여러 줄기가 섞여 자라는 것과 달리 화병에서는 줄기 하나하나의 모양이 눈에 더 잘 들어왔습니다. 줄기를 너무 어중간하게 잘라놓으면 잘린 부분이 길게 남아 보기 싫을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바짝 자르면 새순이 나와야 할 자리까지 잘라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순지르기 위치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설명에서는 보통 ‘마디 위를 자른다’거나 ‘몇 번째 마디에서 순지르기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식물을 오래 키운 사람에게는 너무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저처럼 초보인 사람에게는 ‘마디에서 자른다’는 표현 자체가 헷갈렸습니다.
마디는 줄기에서 잎이 나오는 자리입니다. 페퍼민트 줄기를 자세히 보면 잎이 양쪽으로 마주 보며 나오는 지점이 있고, 그 잎과 줄기가 만나는 겨드랑이 부분에 작은 새순이 생기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이 부분까지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잎이 나오는 곳이 마디구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지르기를 하려면 이 마디가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단순히 줄기의 높이만 보고 자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마디를 남기고 그 위쪽 생장점을 없앨 것인지가 핵심이었습니다.

AI 설명과 그림이 달라서, 마디 위와 아래를 직접 잘라봤습니다
순지르기 위치를 알아보면서 AI에게도 질문했습니다. 글로 설명할 때는 마디 위를 자른다고 설명했는데, 함께 만들어진 그림에서는 마치 마디 바로 아래를 자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처럼 식물을 키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은 순간 더 헷갈렸습니다.
‘설명대로라면 마디를 남겨야 하는 것 같은데, 그림처럼 자르면 마디가 위쪽 잘려나가는 부분에 포함되는 것 아닌가?’
그때부터 단순히 정답을 다시 찾아보는 것보다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페퍼민트 줄기를 두 가지 방식으로 잘라보기로 했습니다. 한쪽은 잎이 나오는 마디를 남겨두고 그 바로 위쪽 줄기를 잘랐고, 다른 쪽은 반대로 마디 아래쪽을 잘라 마디가 잘라낸 윗부분에 포함되도록 했습니다.
이 실험을 하면서 처음으로 ‘마디를 남긴다’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마디에는 잎만 붙어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잎과 줄기 사이에는 새로운 가지가 될 수 있는 곁눈이 있습니다. 줄기 끝의 생장점을 잘라내면 식물이 위로 자라는 힘이 줄고, 아래쪽 마디에 있던 곁눈이 자라면서 옆으로 새로운 가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순지르기를 위해 남겨야 할 것은 단순한 줄기 길이가 아니라 새로운 가지가 나올 수 있는 마디와 그곳의 곁눈이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자르는 위치도 조금 더 명확해졌습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남길 마디를 정한 뒤, 그 마디 자체를 잘라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디는 식물에 남겨두고 그보다 위쪽 줄기를 자르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마디 아래에서 잘라버리면 잘라낸 줄기와 함께 그 마디와 곁눈까지 없어집니다. 그러면 내가 기대했던 자리에서는 새순이 나올 수 없습니다.
이론으로 보면 간단한 내용이지만, 저는 실제로 두 줄기를 다르게 잘라보면서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를 보고 나니 ‘마디를 남긴다’는 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동안 두 줄기를 관찰했습니다. 처음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잘린 줄기 끝만 보면 두 곳 모두 단순히 가위로 자른 페퍼민트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마디를 식물에 남겨두고 그 위에서 잘라준 줄기에서는 잎과 줄기 사이에 있던 작은 곁눈이 점점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돌기처럼 보였던 것이 어느 순간 잎 모양을 만들었고, 이후에는 새로운 줄기로 뻗어나갔습니다. 한 줄기로 위로만 길게 자라던 페퍼민트가 잘라준 마디를 기준으로 옆으로 갈라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반대로 마디 아래쪽을 잘라버린 곳에서는 같은 위치에서 새로운 가지가 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마디와 곁눈이 잘려나가고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를 보고 나니 그동안 글에서 봤던 ‘마디 위에서 순지르기한다’는 말이 처음으로 확실하게 이해됐습니다.
마디는 자르는 자리가 아니라 남겨야 하는 자리였습니다.
순지르기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줄기의 가운데를 아무렇게나 자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먼저 앞으로 새 가지를 내고 싶은 마디를 찾고, 그 마디와 곁눈이 식물에 남도록 그보다 약간 위쪽 줄기를 잘라 생장점을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예전에 제가 했던 것처럼 줄기 가운데를 적당히 잘라도 운 좋게 그 아래에 마디가 남아 있었다면 다시 가지가 나올 수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저도 그동안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원리를 알고 자르는 것과 아무 곳이나 자르는 것은 달랐습니다.
특히 화병처럼 외관이 중요한 경우에는 남길 마디 가까이에서 깔끔하게 잘라주는 것이 줄기가 길게 덩그러니 남는 것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마디를 너무 바짝 다치게 자르기보다는 마디 자체는 손상되지 않도록 약간 위쪽에 여유를 두고 자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페퍼민트 하나를 잘랐는데, 깻잎·수박·허니듀의 순지르기도 이해됐습니다
이번 실험에서 제가 배운 것은 페퍼민트 순지르기 방법 하나만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깻잎을 키우면서도 순지르기 이야기를 들었고, 수박이나 허니듀를 키우면서도 ‘몇 번째 마디 이후에 원줄기를 자른다’는 설명을 여러 번 봤습니다. 하지만 숫자를 세는 데만 집중했지, 왜 하필 마디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지까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페퍼민트의 결과를 직접 보고 나니 다른 식물을 볼 때도 먼저 줄기의 마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수박에서 ‘5마디 이후 순지르기’라고 하면 단순히 잎 다섯 장을 센 뒤 아무 곳이나 자르는 것이 아니라, 남겨야 할 마디를 확인하고 그 위에 있는 생장점을 제거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깻잎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 높이에서 원줄기를 멈추고 옆 가지를 키울 것인지 결정한 뒤 그 마디를 남겨야 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모든 식물을 똑같은 마디 수에서 순지르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식물은 원줄기를 일찍 잘라 곁가지를 키우고, 어떤 식물은 충분히 자란 뒤 순지르기를 하며, 재배 목적에 따라 순지르기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박과 허니듀처럼 열매를 키우는 식물은 몇 개의 줄기를 남길지와 착과 위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식물마다 ‘몇 번째 마디에서 자를 것인가’는 달라도, 제가 이번에 이해한 기본은 같았습니다.
먼저 남길 마디를 찾고, 그 마디가 식물에 남도록 위쪽 생장점을 자른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기본적인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일 때는 ‘순지르기하세요’라는 한 문장만으로는 막상 가위를 어디에 대야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여러 번 순지르기를 해본 뒤에야 처음으로 정확한 위치를 궁금해했습니다.
화병에 페퍼민트를 예쁘게 키워보고 싶어서 시작한 작은 고민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식물의 줄기와 마디를 보는 방법을 하나 배웠습니다.
👩🏻🌾거실농부의 기록
🌱 예전에는 페퍼민트 줄기가 길어지면 적당한 곳을 그냥 잘랐습니다. 이번에는 화병에서 조금 더 예쁘게 키워보고 싶어 정확한 위치를 찾아보다가, 마디 위와 아래를 직접 잘라 비교하게 됐습니다.
🌱 덕분에 이제는 ‘몇 번째 마디에서 순지르기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디를 남기고 어디를 잘라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페퍼민트 하나를 잘라보며 깻잎과 수박, 허니듀의 순지르기까지 이해하게 된 작은 실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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