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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주문했더니 서비스로 허니듀(Honeydew Melon) 씨앗이 하나 따라왔습니다.

저는 키울 생각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수경재배기에서 주로 키운 것은 깻잎, 청경채, 케일 같은 잎채소였습니다. 그런데 허니듀는 열매가 달리고 덩굴이 길게 뻗는 멜론입니다.

‘우리 집 수경재배기에서는 못 키우겠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딸이 씨앗을 발견했습니다.

“엄마, 이것도 심어봐요.”

“허니듀는 안 돼. 엄청 크게 자라.”

그런데 딸은 제 말을 듣고 포기하는 대신 직접 배지를 물에 적셨습니다.

그리고 씨앗 하나를 콕 심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 발아나 하면 다행이지.’

그 당시에는 깻잎 씨앗 하나 발아시키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던 때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허니듀는 달랐습니다.

다음 날 배지를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씨앗 하나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발아해 버린 허니듀를 이제 어디에서 키워야 할까요?

 

서비스로 받은 허니듀 씨앗, 딸이 정말 심어버렸습니다

서비스로 받은 허니듀 씨앗을 처음 봤을 때부터 저는 심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서비스로 받은 허니듀 씨앗
주문한 씨앗과 함께 서비스로 받은 허니듀 씨앗. 처음에는 직접 키울 생각이 없었습니다.

허니듀를 직접 키워본 적은 없었지만, 멜론이 덩굴을 길게 뻗으며 자라는 식물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 제가 사용하는 수경재배기는 깻잎이나 청경채, 케일처럼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런 곳에 허니듀를 심으면 나중에 덩굴이 자라기 시작했을 때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서비스 씨앗을 받았어도 자연스럽게 재배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런데 딸에게는 그런 공간 문제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엄마, 이것도 심어봐요.”

제가 허니듀는 크게 자라서 안 된다고 했는데도 딸은 직접 배지를 물에 적셨습니다.

그리고 씨앗 하나를 콕 심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는 깻잎 발아에 여러 번 실패하고 있었습니다. 씨앗을 심는다고 모두 싹이 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미 경험하고 있었기 때문에 허니듀 역시 발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속으로는,

‘그래, 발아나 하면 다행이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배지를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키울 곳이 없어서 처음부터 심지 않으려고 했던 허니듀가 하루 만에 발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기다리던 깻잎은 마음대로 나오지 않더니, 키울 생각도 없었던 허니듀는 너무 쉽게 싹을 틔웠습니다.

그 모습이 어이없으면서도 신기했습니다.

씨앗 껍질을 머리에 쓴 채 줄기가 먼저 쑥 올라왔고, 한동안 씨앗 껍질을 달고 자라다가 마침내 커다란 떡잎을 펼쳤습니다.

수경재배 배지에서 허니듀 씨앗이 발아해 떡잎을 펼치는 과정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허니듀가 발아하는 과정. 씨앗 껍질을 쓴 채 올라와 떡잎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발아한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딸과 달리 저는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자라 버렸네.’

씨앗일 때는 서랍에 넣어두면 그만이었는데 싹이 나고 나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이제 이 작은 허니듀에게 자리를 만들어줘야 했습니다.

 

허니듀도 수경재배로 키울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제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수경재배기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허니듀를 수경재배로 키울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멜론류도 적절한 수경재배 시설과 양액, 충분한 빛, 뿌리 공간, 덩굴을 유인할 구조를 갖춘다면 수경재배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허니듀가 수경재배가 가능한가?’가 아니라 ‘우리 집 수경재배기에서 끝까지 키울 수 있는가?’였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수경재배기는 깻잎이나 청경채처럼 비교적 작은 식물을 여러 포기 키우기에는 편리했습니다.

하지만 허니듀는 성장 방식부터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떡잎 두 장뿐인 작은 모종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줄기가 길어지고 덩굴손이 나오며 주변을 타고 뻗기 시작합니다. 잎 하나의 크기도 어린 모종을 볼 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수경재배로 키운 허니듀 모종의 본잎 성장 과정
수경재배 배지에서 자란 허니듀. 6월 21일부터 28일까지 본잎이 나오면서 잎 크기가 빠르게 커졌습니다.

열매까지 키우려면 이야기는 더 복잡해집니다.

줄기만 길게 자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빛과 양분이 필요하고, 덩굴을 유인할 공간과 열매의 무게를 받쳐줄 구조도 필요합니다.

그러니 제 수경재배기에 허니듀 한 포기를 넣는 것은 단순히 ‘빈자리 하나를 내주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허니듀가 자라기 시작하면 수경재배기 주변 공간까지 허니듀의 재배 공간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딸에게 말했습니다.

“허니듀는 여기서 계속 키우기는 힘들 것 같아.”

하지만 이미 싹을 틔운 허니듀는 제 고민과 상관없이 계속 자라고 있었습니다.

 

허니듀 뿌리가 길어지자 딸이 또 물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허니듀는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제가 키우던 작은 잎채소 모종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부터 달랐습니다.

줄기가 길어지고 떡잎이 커졌으며 배지 아래에서는 뿌리도 계속 자랐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딸이 어느 날 말했습니다.

“엄마, 이제 뿌리가 길어졌으니까 수경재배기 2호로 옮겨주세요.”

딸의 입장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생각이었습니다.

깻잎도 뿌리가 자라면 큰 수경재배기로 옮겼고, 페퍼민트도 그렇게 이사했습니다.

그러니 허니듀도 똑같이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또 안 된다고 했습니다.

“허니듀는 덩굴이 엄청 길게 자라. 2호점으로 옮겨도 나중에는 뻗어나갈 자리가 없어.”

그러자 딸이 바로 다른 방법을 내놓았습니다.

“그럼 베란다에 심어주세요.”

그것도 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집 베란다에는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베란다는 햇빛이 안 들어와서 거기서 키우기도 어려워.”

그러자 딸이 수경재배기 쪽을 보더니 말했습니다.

“그럼 저런 조명을 사서 밖에 달아주면 되잖아요.”

순간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그럼 조명을 달면 되잖아요.” 그렇게 베란다 농장이 시작됐습니다

아이의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햇빛이 없어서 안 된다면 빛을 만들어주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도 LED 조명 아래 식물을 키우고 있으니 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해결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듣고 보니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조명 하나만 달아준다고 허니듀 재배 조건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멜론을 제대로 키우려면 광량뿐 아니라 뿌리가 자랄 공간, 물과 양분, 통풍, 덩굴을 유인할 구조 등 여러 조건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 가능성은 생겼습니다.

수경재배기의 작은 칸에 억지로 넣어두는 것보다 베란다에 화분을 놓고 공간을 만들어주는 편이 허니듀가 덩굴을 뻗기에는 훨씬 나아 보였습니다.

결국 화분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수경재배기에서 자라던 허니듀를 꺼내 흙으로 옮겼습니다.

수경재배 허니듀의 뿌리와 흙 화분으로 이식한 모습
수경재배에서 자란 허니듀의 뿌리를 확인한 뒤 베란다의 흙 화분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집에는 계획에도 없던 베란다 농장이 생겼습니다.

처음부터 ‘베란다에서도 식물을 키워야겠다’고 계획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비스로 씨앗 하나를 받았고,

딸이 심었고,

그 씨앗이 너무 잘 발아했고,

어디에서 키울지 고민하다 보니 베란다까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시작은 정말 씨앗 하나였습니다.

 

말레이시아 베란다에서 허니듀는 어디까지 자랄까?

흙으로 옮겨주기는 했지만 고민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진짜 실험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제가 허니듀를 키우는 곳은 밭도 아니고 햇빛이 하루 종일 드는 마당도 아닙니다.

말레이시아 이포의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는 아파트 베란다입니다.

그래서 부족한 빛은 LED 조명으로 보충해야 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작은 모종이지만 앞으로 덩굴이 길어지기 시작하면 어디로 유인할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꽃이 피면 수정은 어떻게 할지, 정말 열매가 생긴다면 그 무게는 어떻게 받쳐줄지도 아직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 ‘베란다에서도 허니듀를 잘 키울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확인한 것은 아직 하나뿐입니다.

서비스로 받은 허니듀 씨앗 하나가 발아했고, 수경재배기에서 모종으로 자란 뒤 흙 화분으로 이사했다는 것.

그다음부터는 직접 키워보면서 확인해야 합니다.

덩굴은 얼마나 길어질지,

LED 조명 아래에서도 계속 건강하게 자랄지,

꽃은 피울지,

그리고 정말 우리 집 베란다에서 허니듀 열매 하나를 볼 수 있을지.

아직은 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 궁금합니다.

 

👩🏻‍🌾 거실농부의 기록

🌱 허니듀도 수경재배는 가능하지만, 제가 사용하는 작은 가정용 수경재배기에서는 열매까지 키우기에는 공간과 구조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 딸이 심은 서비스 씨앗 하나가 너무 잘 자라는 바람에 결국 베란다에 화분과 조명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 계획에도 없었던 우리 집 베란다 농장은 이렇게 허니듀 씨앗 하나에서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