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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작은 고추 씨앗을 발아시키면서 만난 세 가지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키친타월에서는 작은 씨앗에서 하얀 뿌리가 나왔고, 흰색 수경재배 스펀지에서도 고추 새싹이 올라왔습니다. 베란다 흙에 심어둔 씨앗에서도 어느 날 작은 떡잎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처음부터 세 가지 발아 방법을 비교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어느 곳에서라도 싹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여러 곳에 씨앗을 두었는데, 생각보다 고추는 여기저기에서 잘 발아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발아가 끝나고 나니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발아한 고추를 모두 같은 곳에서 키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일부는 수경재배기로 옮겨졌고, 일부는 흙에서 계속 자라게 됐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는 비슷하게 작았던 고추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는 어느새 커다란 잎이 서로 겹칠 정도로 고추가 자랐고, 줄기 사이에서는 작은 꽃봉오리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베란다 난간의 흙에서 자라는 고추는 아직 크기가 훨씬 작았습니다.

그리고 9월 29일.

수경재배기에서 키우던 고추 한 포기에서 드디어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작은 씨앗에서 시작했던 고추가 꽃을 피우는 데까지 왔습니다.

 

같은 시기에 발아한 고추를 서로 다른 곳에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수경재배와 베란다 흙으로 나뉘었습니다

고추 씨앗을 발아시킬 때만 해도 제 관심은 온통 ‘싹이 나올까?’에 있었습니다. 키친타월에 올려둔 씨앗에서 하얀 뿌리가 보이면 반가웠고, 수경재배 스펀지에서 작은 떡잎이 올라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흙에서는 씨앗이 보이지 않으니 어느 날 갑자기 흙 위로 올라온 떡잎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곳에서 발아했던 고추들은 발아 이후에도 모두 같은 환경에서 자라지는 않았습니다.

키친타월에서 뿌리가 나온 고추는 스펀지로 옮기기도 했고, 스펀지에서 발아한 고추는 수경재배기에서 그대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흙에서 발아한 고추 중에도 일부는 옮겨졌고, 일부는 흙에서 계속 자랐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고추들은 ‘어디에서 발아했느냐’와 ‘발아 후 어디에서 자랐느냐’가 꼭 일치하지 않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세 가지 발아법의 성적을 비교할 수 없다고 적었던 이유입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나뉘어 자라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곳에 있든 고추는 아직 작은 모종이었고, 제가 보기에는 떡잎 몇 장과 작은 본잎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수경재배기에서는 단호박처럼 잎이 큰 식물에 가려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더 걱정이었습니다. 실제로 단호박이 빠르게 자라면서 커다란 잎이 조명 아래를 차지했고, 작은 고추들이 그 아래에 가려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결국 단호박 한 포기를 흙으로 옮기면서 고추를 비롯한 작은 식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조명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고추들의 차이가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 자라는 고추는 잎의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제가 처음 보았던 작은 모종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습니다. 반면 베란다 난간의 흙에서 자라는 고추는 같은 시기에 발아를 시작했는데도 여전히 훨씬 작은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키우고 있는 고추가 모두 같은 품종인 것도 아닙니다. 무지개 고추도 있고 할라피뇨도 있습니다. 게다가 수경재배기와 베란다 난간은 빛을 받는 조건부터 물과 양분, 뿌리가 자라는 환경까지 다릅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제가 보고 싶었던 것은 ‘수경재배와 흙 중 어디에서 고추가 더 잘 자라는가’라는 답이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발아했던 작은 고추들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나 다른 모습이 되는지, 그 변화 자체를 기록해보고 싶었습니다.

 

수경재배기 고추가 이렇게 커졌습니다|잎이 무성해지고 줄기 사이에 꽃봉오리가 보였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 자라는 고추들은 어느 순간부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공간을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스펀지 가운데에 작은 떡잎 두 장을 펼치고 있던 모종이었는데, 본잎이 하나둘 늘어나고 줄기가 자라면서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9월 말이 되자 잎이 서로 겹쳐 어느 잎이 어느 고추의 것인지 사진만 보고는 바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습니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모든 고추가 똑같은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고추의 줄기 사이에는 동그랗고 작은 꽃봉오리가 이미 여러 개 모여 있었습니다. 또 다른 고추에서는 이제 막 꽃봉오리처럼 보이는 작은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었고, 한 포기에서는 꽃봉오리가 제법 커져 금방이라도 꽃잎이 열릴 것처럼 보였습니다.

9월 26일 수경재배 고추 줄기 사이에 생긴 꽃봉오리
9월 26일, 수경재배기에서 자라는 고추의 줄기 사이로 작은 꽃봉오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9월 26일에는 특히 꽃봉오리에 자꾸 눈이 갔습니다. 잎을 들춰보면 줄기가 갈라지는 곳마다 작은 봉오리가 숨어 있었고, 이미 제법 통통해진 봉오리도 있었습니다. 처음 고추 씨앗을 발아시킬 때는 뿌리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는데 어느새 ‘이제 꽃이 피는 건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재미있었습니다.

9월 29일 잎이 무성하게 자란 수경재배 고추 여러 포기
9월 29일의 수경재배 고추입니다. 잎이 서로 겹칠 만큼 자랐고 개체마다 꽃봉오리가 생기는 단계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다만 이 모습을 보고 수경재배에서 고추가 원래 이 정도 속도로 자란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키우는 고추에는 무지개 고추와 할라피뇨가 섞여 있고, 개체마다 발아 이후의 과정도 완전히 같지 않았습니다. 수경재배기의 위치나 조명과의 거리처럼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건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제가 직접 보고 있는 모습까지입니다. 처음에는 작아서 큰 식물에 가려질까 걱정했던 수경재배 고추들이 9월 말에는 오히려 잎이 무성하게 자랐고, 그중 일부에서는 꽃봉오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발아가 끝났다고 생각했더니 어느새 다음 단계가 눈앞에 와 있었습니다.

 

베란다 난간의 고추는 아직 작습니다|같이 발아를 시작했지만 지금 모습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수경재배기의 고추를 보고 난 뒤 베란다 난간에서 흙으로 키우고 있는 고추를 보면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9월 29일 아침 사진을 찍어보니 흙에서 자라는 고추에도 본잎이 여러 장 생겼고 가운데에서는 새로운 잎이 계속 나오고 있었습니다. 줄기 역시 처음 발아했을 때의 가느다란 새싹에서 조금씩 고추 모종다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수경재배기에서 찍은 고추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크기 차이는 분명했습니다.

 

 

9월 29일 베란다 난간 흙 화분에서 자라는 어린 고추 모종
베란다 난간의 흙에서 자라는 고추입니다. 본잎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같은 시기에 발아를 시작한 수경재배 고추와 비교하면 아직 크기가 훨씬 작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는 커다란 잎이 겹치고 가지 사이에서 꽃봉오리를 찾고 있는데, 난간의 고추는 아직 잎 한 장 한 장을 셀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같은 시기에 작은 씨앗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모습만 보고는 서로 비슷한 시기에 발아했던 고추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자연스럽게 ‘수경재배 고추가 훨씬 빨리 자랐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록에서 그 이유까지 수경재배와 흙의 차이로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선 제가 키우고 있는 고추에는 무지개 고추와 할라피뇨가 있습니다. 품종이 다르면 원래 성장 모습이나 꽃이 생기는 시기가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수경재배기의 고추는 실내에서 LED 조명을 받고 있지만 난간의 고추는 자연광과 바깥 환경을 그대로 받습니다. 물을 공급받는 방식도 다르고 뿌리가 자라는 공간과 양분을 얻는 방식도 다릅니다. 바람과 온도 같은 조건 역시 같다고 볼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같은 품종의 씨앗을 같은 수만큼 나누어 두 환경에 배치한 비교실험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보이는 크기 차이를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에는 다른 조건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은 이유는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발아했던 고추들이 9월 29일 현재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제가 실제로 관찰한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이 더 좋은 재배법인지 결정하는 대신, 지금은 이 작은 난간의 고추도 계속 키워보려고 합니다. 수경재배 고추가 먼저 꽃을 피운 사이 이 고추들은 앞으로 어떤 속도로 자라고 언제 처음 꽃봉오리를 만들게 될지 궁금해졌습니다.

 

9월 26일 꽃봉오리를 발견했습니다|며칠 동안 첫 고추꽃이 피기를 기다렸습니다

고추를 키우면서 꽃을 기다리기 시작한 것은 9월 26일이었습니다. 수경재배기 안을 들여다보다가 잎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꽃봉오리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새잎이 만들어지는 부분인가 싶어 가까이 들여다봤는데, 줄기가 갈라지는 곳에 둥글게 맺힌 봉오리들이 보였습니다. 한두 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살펴보니 크기가 서로 다른 봉오리가 여러 개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수경재배기를 볼 때마다 꽃봉오리부터 확인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씨앗이 발아했는지를 확인하려고 매일 들여다봤고, 그다음에는 본잎이 얼마나 나왔는지를 봤습니다. 고추가 조금 커진 뒤에는 단호박 잎에 가려 빛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가 걱정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같은 고추를 보면서 ‘이 꽃봉오리는 언제 열릴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꽃봉오리도 모든 고추에서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봉오리가 커져 꽃잎이 곧 보일 것 같은 것이 있는가 하면, 이제 막 작은 봉오리가 모여들기 시작한 고추도 있었습니다. 아직 뚜렷한 꽃봉오리보다는 새로 자라는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개체도 있었습니다. 같은 수경재배기 안에 있어도 성장 단계가 조금씩 달랐습니다.

9월 26일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며칠 안에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꽃이 실제로 열리는 날을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9월 29일 아침, 수경재배기 안에서 하얀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잎 사이에 가려져 꽃 전체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기다리던 고추꽃이었습니다. 꽃봉오리 끝에서 하얀 꽃잎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초록색 봉오리였는데 정말 꽃이 피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자 처음 씨앗을 발아시키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너무 작아서 키친타월 위에서도 유심히 들여다봐야 했던 고추 씨앗이 이제 꽃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9월 29일 드디어 첫 고추꽃이 피었습니다|아침 사이 하얀 꽃잎이 활짝 열렸습니다

9월 29일 오전 9시 33분, 고추꽃을 처음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아직 꽃잎이 완전히 펼쳐진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하얀 꽃잎이 서로 겹쳐 있었고 꽃은 아래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잎 사이에 숨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9월 29일 오전 수경재배 고추에서 처음 피기 시작한 하얀 고추꽃
9월 29일 오전 9시 33분, 수경재배 고추의 첫 꽃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 정도 지나 다시 보니 모습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42분에는 하얀 꽃잎이 훨씬 넓게 벌어져 있었고, 꽃의 가운데 부분도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주변에는 아직 열리지 않은 꽃봉오리도 함께 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전 10시 47분 다시 가까이 찍어보니 하얀 꽃잎이 활짝 펼쳐진 고추꽃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9월 29일 아침 한 시간 사이 하얀 꽃잎을 펼친 수경재배 고추꽃
오전 9시 33분에는 덜 펼쳐져 있던 꽃이 한 시간여 뒤에는 하얀 꽃잎을 활짝 펼쳤습니다. 주변에는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도 보입니다.

작은 고추 씨앗에서 하얀 뿌리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제가 기다리는 것은 떡잎이었습니다. 떡잎이 나오고 나서는 본잎을 기다렸고, 잎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고추가 얼마나 크게 자랄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9월 26일 꽃봉오리를 발견했고, 9월 29일에는 결국 첫 번째 하얀 꽃까지 만났습니다.

같은 시기에 발아를 시작했던 고추들이지만 지금 모습은 꽤 다릅니다. 수경재배기에서는 꽃을 피운 고추가 생겼고 그 주변의 다른 고추에서도 꽃봉오리가 보입니다. 반면 베란다 난간의 흙에서 자라는 고추는 아직 훨씬 작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차이만으로 수경재배가 흙보다 고추를 빨리 키운다고 결론 내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무지개 고추와 할라피뇨처럼 품종도 섞여 있고, 빛과 물, 양분, 온도, 바람, 뿌리가 자라는 환경까지 여러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에게 재미있는 것은 어느 쪽이 더 좋은지를 정하는 것보다 같은 시기에 작은 씨앗으로 시작했던 고추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첫 꽃을 만난 뒤부터는 또 새로운 기다림이 시작됐습니다. 

아직 열리지 않은 꽃봉오리들은 언제 차례로 꽃을 피울지, 지금 작은 베란다 난간의 고추는 언제 꽃봉오리를 만들지, 그리고 오늘 처음 만난 이 하얀 꽃 다음에는 어떤 변화가 이어질지 계속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 거실농부의 기록

🌱 비슷한 시기에 발아한 고추를 수경재배와 흙에서 계속 키우고 있습니다.

🌱 9월 26일 수경재배 고추에서 여러 꽃봉오리를 발견했습니다.

🌱 9월 29일 수경재배 고추에서 첫 번째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 지금의 성장 차이를 재배 방법 하나의 차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앞으로의 변화도 계속 기록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