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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거실농부 실험 #08] 허니듀는 성공했는데, 수박도 같은 방법이 통할까? 에서는 고수 화분에서 우연히 발아한 수박을 아주 어린 상태에서 수경재배기로 옮겨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허니듀를 키우면서 발아 직후부터 LED 아래에 두었을 때 줄기가 굵고 웃자람이 적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박도 같은 방법으로 키우면 비슷한 모습으로 자랄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먼저 발아해 베란다 흙에서 자라고 있던 수박도 있었습니다.

하나는 베란다 흙에서, 다른 하나는 발아 직후부터 LED가 있는 수경재배기에서 자라게 된 셈입니다.

처음에는 둘 다 어린 수박 모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습은 점점 달라졌습니다. 나란히 놓고 보지 않아도 차이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번 기록은 아직 실험의 끝이 아닙니다.

수경재배기에서 자란 수박과 베란다 흙에서 자란 수박은 지금까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리고 어느 정도 자란 수경재배 수박을 다음에는 어디에서 키워볼까?

지금까지의 모습을 한번 비교해 보고, 수박들을 다시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보기로 했습니다.

 

수경재배 수박과 흙 수박, 처음부터 자라는 모습이 달랐습니다

사실 두 수박의 차이는 어느 정도 자란 뒤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달랐습니다.

먼저 베란다 흙에서 발아한 수박은 떡잎이 올라온 뒤부터 줄기가 빠르게 길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새싹이 쑥쑥 자라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줄기만 길고 가늘어졌습니다. 본잎은 생각보다 한참 뒤에야 만들어졌습니다.

반면 발아하자마자 수경재배기로 데리고 와 LED 아래에서 키운 수박은 그렇게 길어지지 않았습니다. 줄기는 짧았고 떡잎 아래쪽도 상대적으로 단단해 보였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자 두 수박의 차이는 더욱 눈에 띄었습니다.

베란다 흙에서 자란 수박은 길어진 줄기를 스스로 제대로 세우지 못했습니다. 줄기가 이쪽으로 한번 휘고, 다시 저쪽으로 휘면서 결국 흙 위를 따라 자랐습니다. 어느 순간 보니 줄기가 흙 위에서 뱀처럼 꼬불꼬불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수박이 원래 덩굴식물이니까 그런가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자라는 수경재배 수박을 보면 모습이 전혀 달랐습니다.

발아 직후부터 LED 아래에서 자란 수박은 흙 수박보다 줄기가 훨씬 짧고 굵었습니다. 마디 사이의 간격도 상대적으로 촘촘했고, 본잎이 하나씩 커지면서 전체적으로 단단한 모종처럼 보였습니다.

두 수박을 비교하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단순히 키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흙 수박은 훨씬 길었지만 그것을 ‘더 많이 자랐다’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줄기가 길어진 만큼 굵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수경재배 수박은 키는 훨씬 낮아도 줄기가 굵고 잎이 촘촘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번에 제가 키운 두 수박의 초기 생장에서는 발아 직후부터 LED 아래에서 자란 수경재배 수박이 베란다 흙에서 자란 수박보다 줄기가 굵고 웃자람이 훨씬 적었습니다.

처음 허니듀를 키우면서 생겼던 궁금증, ‘수박도 발아 직후부터 충분한 빛을 받으면 웃자람이 줄어들까?’에 대한 답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8월 4일과 11일 수경재배 수박과 베란다 흙 수박 성장 비교
같은 시기에 자란 수박을 비교해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줄기 길이와 굵기, 잎의 크기에서 차이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같은 수박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자랐을까?

두 수박의 차이를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빛이었습니다.

우리 집 베란다는 눈으로 보면 어둡지 않습니다. 낮에는 조명을 켜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을 만큼 밝습니다. 그런데 직사광선은 거의 들어오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겨울에는 베란다 안쪽까지 직사광선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깻잎을 베란다에서 키워보려고 이것저것 준비했는데, 막상 봄이 되자 햇빛이 들어오는 위치가 달라졌습니다. 준비를 마쳤을 때는 직사광선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 꽤 황당했습니다.

원래 수경재배기로 시작했던 거실 농장은 딸아이의 호기심 덕분에 베란다까지 넓어졌습니다. 하지만 식물은 늘어나는데 식물등은 허니듀를 위해 마련한 것 하나뿐이었습니다. 허니듀가 잘 자라 난간 밖으로 나간 뒤에는 그 조명을 루꼴라와 근대, 케일 쪽으로 돌려가며 비춰줬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박에게까지 돌아갈 조명이 없었습니다. 결국 수박이 너무 길게 웃자라는 모습을 보고서야 ‘이건 안 되겠다’ 싶어 뒤늦게 조명을 하나 더 달아주었습니다.

하지만 식물을 키우면서 알게 된 것은 사람 눈에 밝은 것과 식물이 충분한 빛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밝기는 하지만 식물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햇빛은 매우 약한 환경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발아한 수박에서는 줄기가 길고 가늘어지는 웃자람이 계속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수경재배기에 옮긴 수박은 발아 직후부터 가까운 거리에서 LED를 받았습니다.

식물이 어린 시기에 빛이 부족하면 줄기가 길고 가늘게 늘어지는 웃자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가 키운 흙 수박에서도 바로 그런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줄기는 빠르게 길어졌지만 굵기는 따라오지 못했고, 결국 길어진 줄기를 제대로 세우지 못해 흙 위로 쓰러져 자랐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길어지는 모습을 보며 ‘수박이 정말 빨리 큰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로 옆에 비교할 수 있는 수박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수경재배기 수박은 키는 낮았지만 줄기가 굵었고, 잎과 잎 사이의 거리도 상대적으로 짧았습니다. 흙 수박은 훨씬 길었지만 마디 사이가 벌어져 있었습니다. 같은 수박인데도 모종의 인상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물론 이번 비교에서 차이가 난 이유를 오직 LED 하나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한쪽은 수경재배였고 다른 한쪽은 흙 재배였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는 뿌리가 물과 양분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고, 흙에서는 제가 물을 주는 시기나 흙의 상태에 따라 뿌리 주변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각각 다른 씨앗에서 자란 개체이기 때문에 개체 차이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실험의 결과를 가지고 ‘수박은 흙보다 수경재배가 더 잘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은 제가 만든 두 환경에서 수박의 초기 모습이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크게 체감한 차이는 빛이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하고 나니 어린 모종을 볼 때 단순히 ‘살아 있다’, ‘키가 많이 컸다’만 보지 않게 됐습니다. 줄기는 얼마나 굵은지, 마디 사이는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잎은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함께 보게 됐습니다.

길게 자라는 것과 튼튼하게 자라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수박 두 포기를 나란히 키워보면서 그 차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빛이 부족한 베란다에서 길고 가늘게 웃자란 수박 줄기
직사광선이 거의 없는 베란다에서 자란 수박은 줄기가 길고 가늘게 웃자라 결국 흙 위를 따라 휘어 자랐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 잘 자란 수박을 다시 두 환경으로 나눴습니다

수경재배기에서 수박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발아 직후부터 LED를 받으면 수박의 초기 생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어린 수박을 수경재배기로 옮겼고, 베란다 흙에서 자라는 수박과 비교하면서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이제 수박이 제법 커졌습니다.

사실 조금 더 수경재배기에서 키운 뒤 흙으로 내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수박이 커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덩굴손으로 잡고 올라갈 만한 것이 없는 수경재배기에서 줄기가 자꾸 옆으로 넘어졌습니다.

원래도 나중에는 흙으로 옮길 생각이었지만, 수박이 계속 넘어지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이식을 미루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일찍 흙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수경으로 키운 수박을 흙으로 옮겼을 때 어떻게 적응하는지 확인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그래서 수경재배기에서 자란 수박 중 한 포기는 흙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더 키운 뒤 옮기고 싶었지만 수박이 계속 넘어져, 수경재배기에서 자란 한 포기를 흙 화분으로 옮겼습니다.

발아 직후부터 물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란 수박입니다. 지금까지는 줄기도 굵고 잎도 안정적으로 자랐는데, 뿌리 환경이 완전히 다른 흙으로 옮겨도 지금 모습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다른 수박은 계속 수경으로 키우기로 했습니다.

다만 기존 수경재배기에서 꺼내 수경재배기 2호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수경재배기 2호에서 계속 자라고 있는 수박
다른 수박은 흙으로 옮기지 않고 수경재배를 계속하기 위해 수경재배기 2호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쪽은 수경에서 흙으로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고, 다른 한쪽은 장소는 바뀌지만 수경재배라는 조건은 계속 유지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단계까지 계획했던 실험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허니듀를 보면서 ‘수박도 발아 직후부터 충분한 빛을 받으면 웃자람이 줄어들까?’가 궁금했습니다.
직접 키워 비교해 보니 두 모종의 모습에는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났고
, 그 수박이 자라자 이번에는 ‘수경에서 이렇게 자란 수박을 흙으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라는 다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식물을 키우다 보니 하나의 궁금증에 답이 생기면 거기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번 기록은 여기에서 끝내려고 합니다.

경재배기에서 자란 수박 한 포기는 흙으로, 다른 한 포기는 수경재배기 2호로 옮겼습니다.

이제 두 수박은 다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게 됩니다.

수경에서 튼튼하게 자란 수박이 흙에서도 바로 적응할지, 계속 수경으로 키운 수박은 이후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다음 과정도 그대로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 거실농부의 기록

🌱 베란다 수박은 길게 웃자라 흙 위를 꼬불꼬불 기었고, LED 아래에서 키운 수박은 짧고 굵게 자랐습니다.

🌱 같은 수박이라도 제가 만든 두 환경에서는 초기 모습부터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 이제 수경에서 자란 수박을 다시 흙과 수경재배기 2호로 나눠 다음 변화를 지켜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