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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재배로 키우고 있는 고추에 꽃이 많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꽃봉오리가 생겼을 때는 그것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잎과 줄기만 자라던 고추에서 드디어 하얀 꽃이 피기 시작했으니까요.

한 송이가 피고, 또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 며칠 지나자 한꺼번에 여러 송이의 꽃이 보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정도로 꽃이 많이 피면 곧 작은 고추도 여기저기 달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꽃은 계속 피는데 고추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면 피었던 꽃이 하나씩 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꽃이 열매가 되는 것은 아닐 테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꽃이 계속 떨어지기 시작하니 슬슬 마음이 쓰였습니다.

꽃은 이렇게 많이 피는데 왜 열매는 생기지 않을까?

직접 고추를 키우면서 처음으로 생긴 고민이었습니다.

 

고추꽃은 정말 많이 피었습니다|그런데 열매가 되기 전에 하나씩 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송이였던 고추꽃이 어느새 여러 송이로 늘어났습니다. 꽃봉오리도 계속 생겼고, 잎 사이사이에서 하얀 꽃을 발견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제 곧 작은 고추들이 달릴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실내 수경재배 고추에 여러 송이의 흰색 꽃이 핀 모습
꽃봉오리가 계속 생기면서 수경재배 고추에 하얀 꽃이 한꺼번에 여러 송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한 송이가 피고 또 한 송이가 피더니 며칠이 지나자 한꺼번에 여러 송이의 꽃이 보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꽃봉오리도 계속 생겼습니다. 이 정도로 꽃이 많이 피면 곧 작은 고추도 여기저기 달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꽃은 계속 피는데 열매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면 피었던 꽃이 하나씩 떨어졌습니다. 처음 한두 송이가 떨어졌을 때는 모든 꽃이 열매가 되는 것은 아닐 테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새 꽃이 피고, 또 떨어지고, 다시 새 꽃이 피는 일이 반복되자 슬슬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바닥에 떨어진 꽃을 발견할 때마다 왜 그런지 궁금했습니다. 꽃잎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자루 쪽까지 함께 떨어진 꽃도 있었습니다. 꽃봉오리가 생기는 것부터 지켜봤던 터라 꽃 하나가 떨어지는 것도 눈에 잘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꽃이 이렇게 많이 피었으니 그중 몇 개는 자연스럽게 고추가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제가 기다리던 작은 열매가 보이지 않으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꽃을 많이 피운다는 것과 실제로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제 고추에서는 어느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걸까요?

실내에서 키우고 있다는 점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바람이나 곤충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 꽃가루가 제대로 이동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꽃이 활짝 피기 시작한 뒤부터는 제가 직접 수분을 도와보기로 했습니다.

 

실내에서 키우는 고추라 붓으로 직접 수분했습니다|줄기도 가볍게 톡톡 흔들어봤습니다

실내에서 키우는 고추라 수분이 잘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작은 붓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꽃이 활짝 피면 붓을 들고 꽃 안쪽을 살살 건드렸습니다. 그런데 고추꽃을 가까이 들여다보니 처음에는 어디를 어떻게 건드려야 하는지도 헷갈렸습니다. 가운데에는 가느다란 암술이 보이고 그 주변을 수술이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겉에서 볼 때는 단순한 하얀 꽃처럼 보였는데 가까이 들여다보니 구조가 생각보다 섬세했습니다.

저는 붓으로 수술 주변을 가볍게 건드려 꽃가루가 묻게 한 뒤 가운데 암술 쪽에도 조심스럽게 붓을 대주었습니다. 그래도 눈으로 꽃가루가 제대로 옮겨졌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은 마음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래서 붓수분을 한 뒤에는 줄기와 꽃이 가볍게 흔들릴 정도로 손가락으로 톡톡 쳐주기도 했습니다. 고추는 한 꽃 안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는 꽃이라 가벼운 진동도 꽃가루가 이동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니,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해본 것입니다.

꽃이 새로 필 때마다 비슷한 방법으로 반복했습니다. 붓을 너무 세게 대서 꽃을 다치게 하지는 않으려고 조심했고, 줄기를 흔들 때도 세게 흔드는 것이 아니라 꽃이 살짝 떨릴 정도로만 톡톡 건드렸습니다.

이렇게까지 했으니 이제는 작은 고추가 하나둘 생길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상황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붓으로 수분을 도와준 꽃도 하나씩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제 수분 방법부터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붓에 꽃가루가 충분히 묻지 않았던 걸까?

암술에 제대로 닿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수분과는 별개의 이유로 꽃이 떨어지는 걸까?

처음에는 단순히 ‘수분이 안 됐나 보다’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점점 더 복잡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붓수분을 해준 고추꽃도 계속 떨어졌습니다|수분 말고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붓으로 직접 수분을 도와주고 줄기까지 가볍게 흔들어주었는데도 꽃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수경재배 고추에서 착과되지 못하고 떨어진 고추꽃대
붓으로 수분을 도와준 꽃도 하나씩 떨어졌습니다. 꽃자루째 떨어진 모습을 보니 수분 외에 다른 조건도 살펴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졌습니다.

꽃봉오리가 생긴 날부터 기다렸다가 활짝 피면 붓을 가져와 조심스럽게 건드려준 꽃이 며칠 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아쉬웠습니다. 한두 송이라면 자연스러운 낙화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을 텐데, 새로운 꽃은 계속 생기고 피는데 열매로 이어지는 꽃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떨어진 꽃을 볼 때마다 원인을 하나씩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수분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인지, 꽃이 핀 뒤 수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이후에 식물이 꽃이나 어린 씨방을 유지하지 못한 것인지 제가 겉모습만 보고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온도나 습도처럼 실내 환경도 있을 것이고, 빛의 양이나 뿌리 상태, 수경재배 영양액의 농도와 균형도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한 가지 원인으로 단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키우는 고추에서 관찰한 일이기 때문에 ‘붓수분을 했는데 떨어졌으니 영양 문제다’라고 말할 수도 없고, 반대로 ‘꽃이 떨어졌으니 수분에 실패했다’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꽃이 떨어지는 동안에도 고추는 계속 새로운 꽃봉오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더 헷갈리게 만드는 장면을 발견했습니다.

모든 꽃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꽃 사이에서 딱 하나, 꽃 아래쪽이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씨방이 조금 통통해진 정도라서 착과했다고 확신하지 않고 며칠 더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부분이 조금씩 길어졌고, 10월 7일에는 제가 알고 있는 어린 고추의 모양이 확실하게 보였습니다.

계속 떨어지는 꽃만 보다가 처음으로

‘이건 정말 고추가 되고 있구나.’

라고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실내 수경재배에서 착과해 자라고 있는 어린 고추
여러 송이 가운데 지금까지 제가 확인한 유일한 어린 고추입니다. 꽃 아래 씨방이 자라면서 이제 작은 고추 모양이 확실하게 보입니다.

 

여러 송이 중 딱 하나만 고추가 되었습니다|왜 이 꽃만 착과했을까요?

지금까지 제가 확인한 범위에서는 여러 송이 가운데 딱 하나가 열매로 자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꽃 아래 씨방이 조금 부풀어 보이는 정도였지만 며칠 더 지나자 길이가 생기면서 작은 고추 모양이 나타났습니다. 10월 7일에 다시 살펴보니 이제는 꽃이 달렸던 자리에 어린 고추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꽃이 많이 피었을 때보다 이 작은 고추 하나를 발견했을 때 오히려 더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반가움과 동시에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같은 수경재배기에서 자라고 있고, 꽃이 피면 비슷한 방법으로 붓수분을 해주고 줄기도 톡톡 흔들어주었는데 왜 이 꽃 하나만 열매로 이어졌을까요?

이 한 개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제가 한 붓수분 때문에 착과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고추는 한 꽃 안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어 스스로 수분될 수 있고, 제가 준 진동이나 붓질이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이 이 한 꽃의 착과를 결정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한 가지는 직접 확인했습니다.

지금 제가 키우고 있는 환경에서도 고추가 실제로 열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꽃들이 계속 떨어지는 모습을 단순히 ‘실내라서 수분이 안 된다’는 한 가지 이유로만 설명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수분 외에 제가 아직 살펴보지 않은 조건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수경재배 영양액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고추를 키우면서 정해진 농도에 맞춰 영양액을 공급하는 데 주로 신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잎과 줄기를 키우던 시기와 꽃이 피고 열매를 키우는 시기에도 똑같이 관리하면 되는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딱 하나 자라고 있는 어린 고추가 오히려 제가 다음으로 확인해 볼 질문을 만들어준 셈입니다.

 

고추에 꽃이 피면 영양액도 달라져야 할까요?|과채류용 수경재배 영양액을 찾아봤습니다

궁금해서 수경재배용 영양액을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수경재배 영양액’이라는 큰 범주로만 생각했는데 제품들을 살펴보니 잎채소용과 과채류용을 구분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고, 생장 단계와 개화·결실 단계를 나누어 사용하는 방식도 있었습니다.

고추처럼 꽃을 피우고 열매를 키우는 작물은 생육 단계에 따라 필요한 양분의 균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사용하던 영양액이 잘못되었다거나 지금 일어나는 낙화의 원인이 영양액이라고 결론 내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제가 관찰한 것은 꽃이 많이 피었고, 여러 번 붓으로 수분을 도왔고, 그중 상당수 꽃이 떨어졌으며 현재 제가 확인한 열매는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이것만으로 낙화의 원인을 특정할 수는 없습니다.

온도와 습도, 빛, 양액의 농도와 pH, 뿌리 상태, 꽃이 피었을 당시의 조건과 실제 수분·수정 여부처럼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꽃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내가 수분을 잘못했나?’

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영양액을 찾아보면서 질문의 범위가 조금 넓어졌습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키우기 시작한 고추라면 지금까지처럼 수분만 도와주는 것 외에 양액 상태와 재배 환경도 함께 기록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과채류와 개화·결실 단계를 고려한 수경재배 영양액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용하게 된다면 기존 영양액과 무엇이 다른지 먼저 확인하고, 한꺼번에 이것저것 바꾸기보다는 고추의 반응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적용해 볼 생각입니다.

영양액을 바꾼 뒤 꽃이 덜 떨어진다면 그것도 기록할 것이고, 별 차이가 없다면 그 결과 역시 그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꽃이 피었다고 모두 고추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이제부터 착과 과정을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고추를 키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꽃이 피는 것과 열매가 맺히는 것 사이에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과정이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고추에 꽃이 피면 그 꽃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고추가 자라는 줄 알았습니다. 직접 키워보니 꽃이 피면 수분이 잘되는지 궁금해지고, 붓으로 수분을 도와주고 나면 이번에는 꽃이 떨어지지 않을지 살펴보게 됩니다. 작은 씨방이 남아 있으면 또 며칠을 기다려 정말 커지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지금 제 수경재배 고추에는 여전히 새로운 꽃과 꽃봉오리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여러 꽃 가운데 지금까지 유일하게 열매로 자라고 있는 작은 고추 하나가 있습니다.

이 고추가 생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다른 꽃들이 왜 떨어졌는지 답을 찾은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다면 왜 이 하나만 성공했을까?’

라는 새로운 질문이 생겼습니다.

앞으로는 새로 피는 꽃을 조금 더 자세히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가능하면 꽃이 핀 날짜, 붓수분을 한 꽃, 떨어진 꽃, 씨방이 계속 커지는 꽃을 구분해서 살펴보고 싶습니다. 여기에 양액의 농도와 pH, 빛과 실내 환경도 함께 기록하면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화·결실 단계를 고려한 영양액을 실제로 사용하게 된다면 바꾸기 전과 후의 모습도 비교해 볼 생각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하면 고추꽃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답을 적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범위에서는 많은 꽃 중 하나가 열매로 이어졌고, 다른 꽃들 중 상당수는 열매가 되지 못하고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성공 방법을 알려주는 기록보다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기 전의 고민에 더 가깝습니다.

다음에는 이 작은 고추 옆에 두 번째, 세 번째 고추도 달릴 수 있을까요?

영양액을 바꾸면 변화가 생길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이유를 발견하게 될까요?

이번에도 결과를 먼저 정해두지 않고 조금 더 지켜보겠습니다.

👩🏻‍🌾 거실농부의 기록

🌱 고추꽃은 많이 피었지만 대부분 떨어졌습니다.

🌱 붓수분과 가벼운 진동도 계속해봤습니다.

🌱 여러 꽃 가운데 지금까지 어린 고추 하나가 자라고 있습니다.

🌱 이제 수분뿐 아니라 영양액과 재배 환경도 함께 기록해보려고 합니다.